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미국 내 최대 한인유권자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는 얼마 전 평소 친분 있던 조 바이든 선거캠프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관계자가 짧은 인사 뒤 꺼낸 예상치 못한 질문은 중도 성향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와의 관계였다. 발단은 6월 2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KAGC 사무실 확장 개소식이었다.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국빈방문과 겹친 일정에도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조시 고트하이머(이상 민주), 영 김(공화) 하원의원 등이 사무실을 찾았다. 특히, 대선을 앞둔 각 캠프의 눈길을 끈 것은 고트하이머 의원과 김 의원이 김 대표 등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한인 커뮤니티와 워싱턴 새 사무실 개소를 축하하는 데 날 초대해준 KAGC에 감사한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SNS에 올렸다. 뉴저지주 4선인 고트하이머 하원의원은 노 레이블스가 산파 역할을 한 중도 초당파 의원 모임 ‘문제 해결 코커스’의 민주당 공동의장, 한국계 김 의원은 공화당 간사를 맡은 터라 이들의 회동과 행사 배경이 관심을 끈 셈이었다.

내년 대선을 15개월여 앞두고 선거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현시점에서 미 정치권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제3 후보론을 들고나온 노 레이블스의 행보다. 민주·공화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과반 지지로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꿰찼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 조사에서 각각 53%, 49%가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싫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은 부정적이지만, 당심은 요지부동이다. 남북전쟁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극단적 당파 정치로 치달아 미국이 둘로 쪼개졌다 평가받는 현 상황에 가장 책임이 큰 두 사람이 2020년에 이어, 또 진흙탕 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치닫는 대선판에 한 가닥 균열을 낸 변수가 2009년 중도 정치세력화를 주창하며 등장한 노 레이블스다. 이 단체는 내년 슈퍼 화요일(3월 5일)까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후보가 되고 승리 가능성이 있다면 제3 후보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 정치도 미국 못지않게, 아니 미국 뺨칠 정도로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양대 정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상대를 국정 동반자나 대화 상대로 보는 대신 궤멸할 적으로 인식한다. 극단의 정치는 여야뿐 아니라, 각 당내에서도 골 깊은 갈등을 만들었다. 단적인 예가 민주당 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 논란이다. 여야 타협을 얘기하거나 당 혁신을 입에 담는 순간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욕설·야유에 시달리는 이른바 수박 깨기를 당한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 결국 침묵하게 된다. 국민의힘 역시 태극기 부대, 강성 유튜버들이 획일화·극단화로 추동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파 비율은 30% 안팎, 내년 총선에 제3 정당이 등장할 경우 지지율은 10%대로 조사된다고 한다. 대화·타협의 초당파 정치를 내세운 한국판 노 레이블스가 등장해 극한 맞대결로 치닫는 거대 양당에 충격을 주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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