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익명성 속 사회적 문제 대두
“숨진 교사, 정치인 손녀 때문”
“팬에 소홀한 스타에 상처받아”
무조건적 신뢰속 루머 확산
잇단 피해에 ‘자정’ 요구 목소리
온라인 맘카페가 거짓 선동 및 맹목적 혐오, 루머 확산 등의 창구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기반으로 활성화된 맘카페는 익명성과 더불어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유대감에 기대,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정보를 실어나르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지역 맘카페에는 “3선 국회의원 손녀가 연루돼 학교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주장은 하루 만에 ‘가짜 뉴스’임이 판명됐지만, 유튜버 김어준 씨는 이를 여과 없이 옮겼고 당사자로 지목돼 피해를 입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들을 고소했다. 앞서 2020년 세상을 떠난 세종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건 때도 가해 학부모가 해당 지역 맘카페에 허위 사실을 올리며 교사를 압박한 바 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일부 맘카페에서는 “자중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에는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는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가 돌며 또다시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양새다.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맘카페는 ‘엄마’들이 주체이기 때문에 ‘엄마들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일종의 동료 의식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믿으려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진짜와 가짜 뉴스가 혼재되는 것도 문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것이 모두 진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며 점차 부풀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맘카페 회원들의 ‘내 아이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태도는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을 왜곡되게 만든다. 최근 유명 K-팝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자신에게 불쑥 다가와 몸에 손대려는 남자 초등학생을 피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은 영상이 공개되며 맹비난을 받았다.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장원영이 반사적으로 반응했지만 맘카페에는 “팬을 소홀히 대한다” “아이가 상처받았을 것”이라는 식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이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장원영은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내 아이 몸에 누가 손대면 ‘평생 추억이니 웃어주라’고 할 거냐”고 반문했다.
불특정 다수의 모임인 맘카페의 역기능을 제어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최 전문의는 “자연 발생하는 맘카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다”면서도 “다만 자정 효과가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한 맘카페는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자연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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