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서울 중구 신당동
조선시대 묘지 늘어섰던 동네
점집·창고같은 가게 곳곳 세워
현재는 MZ세대 ‘힙당동’으로
서울 중구 신당동은 조선 시대 광희문(光熙門) 밖에 형성된 동네다. 광희문은 소의문(昭義門)과 함께 한양도성 안에서 죽은 사람이 운구되던 시구문(屍口門)이었다. 당시 도성 인근에 묘를 쓰지 못하게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원칙이 무너져 신당동에 공동묘지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무당들이 찾아들며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신당이 많아졌다. 이렇게 신당동(神堂洞)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1894년 갑오개혁 때 미신을 혁파한다며 ‘귀신 신(神)’ 자를 ‘새 신(新)’ 자로 바꿨다.
1920년 이전까지 신당동에는 묘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장마 때나 개발을 위해 땅을 파면 유골이 많이 나와 굿을 벌이기도 했다.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신당동 인근에는 무당집이 남아 있다.
신당동 이름 앞에 ‘힙(hip)’ 자가 붙으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무당들이 춤추던 신들의 터가 영험한 기운을 ‘흥’으로 승화한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홀린 듯 줄지어 찾고 있는 ‘힙당동’은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12번 출구에서 2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10만㎡ 지역을 일컫는다. 개발이 더뎌 지켜진 전통과 세련된 호기가 뒤섞인 이곳에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신당’(사진)은 ‘술을 모시는 신당’이라는 콘셉트로 꾸민 칵테일 바다. 목재 단상에 올려진 신상과 촛불, 흰 천과 빨간 천을 꼬아 만든 새끼줄이 영락없는 무당집이다. 이곳에서는 십이지신(十二支神) 이야기로 풀어낸 12가지 칵테일을 판다.
1960년대 서울의 쌀 창고였던 신당동에는 현대적인 카페와 식당이 허름한 쌀 가게 사이에 들어서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도 이 골목에서 쌀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심세정과 아포테케리는 쌀 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다. 이 골목에는 약 30개의 이색적인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당동의 명물인 즉석떡볶이는 인근 대장간 골목에서 만든 무쇠솥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신당동 일대에 20여 개의 대장간이 있었다. 지금도 충남대장간과 경남대장간 두 곳이 남아 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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