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국무위원에 임명됐던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국무위원에 임명됐던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랜 기간 관련 내용 보도 통제
갑작스런 인사에 당혹감 더 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27일 중국의 한 식당 안,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 몇몇이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보고 있던 것은 얼마 전 면직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의 면직을 전하는 보도. 많은 중국인들은 갑작스런 외교부장의 퇴진이 신기한 지 같은 영상을 몇 번씩 돌려보고 있었다. 몇 가지 질문을 해봤지만 외국인에게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꺼림찍한 지 그는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길 거부했다.

비슷한 상황은 버스나 객차 안 등 다른 곳에서도 비슷했다. 이미 이틀이나 지났지만, 중국인들은 뭔가 단서라도 찾는 것이 없을까 여러 뉴스 관련 동영상을 돌려보며 친 전 부장의 갑작스런 면직 이유를 궁금해했다. 여러 차례 질문 끝에 입을 연 한 중국인은 “이전까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접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갑작스러운 면직이 더 놀랍다”고 말했다.

외신들이 약 한 달 간 종적을 보이지 않았던 친 전 부장에 대한 보도를 이어왔지만 중국 내에서는 관련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거의 매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등장했던 친 전 부장 관련 질문 또한 철저히 ‘모른다’로 답하고 관련 질문 또한 그날 브리핑 공식 배포본에 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친 전 부장의 잠적을 알지 못했던 중국인들의 놀라움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이 25일 갑자기 결정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친 전 부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집권의 정당성을 지켜왔지만 최근 더 이상의 고도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을 지켜보는 중국 인민들의 눈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형국이다. 통제되고 제한이 많은 사회임에도 중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정보 통제 사실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이 계속 집권을 하기 위한 정당성과 명분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제 투명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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