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모로코에 0-1패배
실력차 커져도 저변 좁아 한숨
한국 여자축구가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갈수록 벌어지는 세계무대와의 격차를 확인했다. 무득점 2연패라는 초라한 성적이 늦은 세대교체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그보다는 교체할 선수 자원조차 없다는 현실적, 구조적 문제점이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한국은 30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72위 모로코에 0-1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5일 콜롬비아와 1차전(0-2)에 이어 2연패, 그리고 2경기 연속 무득점을 남기며 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다행히 같은 조의 콜롬비아가 독일을 2-1로 잡으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황금세대’라는 한국 여자축구는 어쩌다가 이런 수모를 겪게 됐을까.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여자축구의 성장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세계 여자축구는 더욱 성장, 선진국과 차이는 벌어지고 모로코 등 후발주자들에게는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여자축구 인구의 감소다. 최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었으나 전문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인원은 지속해서 줄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여자축구 학교·직장운동부 및 전문클럽 인원은 2013년 1780명에서 2023년 1503명으로 18%가량 감소했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저출산, 그리고 학령인구의 엄청난 감소 탓이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유·청소년 축구부도 지원자 부족으로 많이 사라졌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세대교체 타이밍을 놓친 결과가 이번에 나타났다”며 “세대교체를 하지 못한 건 바꿀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출산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어린 선수들의 수가 줄었다”며 “현재 대표팀 선수를 배출한 팀들도 없어진 곳이 꽤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박 위원은 “‘골 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이 늘었으나, 생활축구가 대표팀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여자축구가 강한 미국과 일본은 생활축구 효과를 보는데 20∼30년이 걸렸다. 우리도 근본적인 틀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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