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뮤지엄 려’ 하반기 기획전
덥수룩한 수염에 주름이 깊게 팬 안성기의 커다란 흑백 초상사진이 걸렸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봤던 국민배우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인상이다. 미장센을 철저히 배제한 그의 얼굴은 유독 안광이 강렬하다. 이 모습을 담아낸 사진가는 작가노트에서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서 눈빛만은 별처럼 빛난다. 또한 깊게 팬 주름들은 세상을 울리고 웃긴 영화 한 장면 한 장면들의 잔상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힌다. 배우라는 이미지에 가려 그간 보이지 않았던 ‘인간 안성기’의 삶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가 올해 하반기 기획전으로 지난달 20일 ‘리얼리즘을 넘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열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인 구상회화 발전을 이끈 대한민국 현대구상화가협회(KCFAA) 회원들이 주축이 돼 시간과 공간, 기억, 경험에 대한 기록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길과 빛에 투영된 삶의 리얼리티를 표현한 이영희 작가의 ‘모악산 가는 길’, 실제 산양으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 박성열 작가의 ‘Goat’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관람객 발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안성기를 찍은 ‘Face-Ahn Sung Ki’(사진)다. 혈액암을 앓기 전 2015년 촬영된 것으로, 보정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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