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스트라빈스키 ‘불새’
아버지 권유대로 법대 진학
부친 돌아가시자 음악의 길
음악이론·작곡법 4년 배워
대담한 리듬에 다양한 형식
20세기 최고 영향력 작곡가
“내일 아침이면 당신은 유명인사가 돼 있을 거요.” 1910년 6월 25일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신작 발레 ‘불새’의 초연이 끝난 뒤, ‘러시아 발레의 대부’ 댜길레프(1872∼1929)가 남긴 말이다.
스트라빈스키는 1882년 6월 17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표트르 스트라빈스키(1843∼1902)로 마린스키 극장을 대표하는 베이스 바리톤이었다. 자연히 그는 어려서부터 오페라와 발레를 접하며 음악적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스트라빈스키는 특히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게 되지만, 당시 러시아의 분위기는 남자가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에 아버지의 권유대로 1902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같은 해 스트라빈스키는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대학에서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의 동급생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블라디미르는 다름 아닌 러시아 최고의 음악가 중 한 명인, ‘관현악법의 대가’로 칭송받는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의 아들이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아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아버지를 여읜 스트라빈스키를 측은하게 여겼고 그의 음악적 재능을 꽃피우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 역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해군 장교 출신의 음악가였기에 원치 않는 법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전에는 미처 배워 본 적 없는 음악이론과 작곡법을 림스키코르사코프를 통해 4년간 배우게 됐고, 동시에 다른 음악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09년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제’에 자신의 초기작인 관현악곡 ‘불꽃놀이’와 ‘환상적 스케르초’를 발표하게 되는데, 당시 ‘러시아 발레단’을 이끌던 댜길레프가 이를 듣고 큰 감명을 받게 된다.
당시 댜길레프는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일 신작 발레 ‘불새’를 기획 중에 있었는데 아직 발레 음악을 맡아 줄 작곡가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당대 내로라하는 작곡가인 아나톨리 리아도프(1855∼1914)와 알렉산더 체프레닌(1899∼1977)을 물망에 두고 있긴 했지만 그는 보다 창조적이고 파격적인 음악을 만들어 줄 작곡가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직후 댜길레프는 ‘러시아 발레단’의 안무가인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완성한 발레 ‘불새’의 시나리오를 스트라빈스키에게 건네주며 음악 작곡을 위촉하게 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스트라빈스키 ‘불새’
러시아의 전래동화집 중 ‘불새와 사악한 마술사 카스체이’에서 소재를 따와 미하일 포킨이 대본과 안무를 완성한 작품에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을 입혔다. 스트라빈스키는 1909년 작곡을 위촉받아 곧바로 작곡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1910년 5월 17일 작품을 완성했다. 1910년 6월 25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가브리엘 피에르네의 지휘로 초연됐으며 극찬과 함께 대성공을 거뒀다. 총 50분 분량의 발레 음악은 1911년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 버전으로 개작됐으며 1919년과 1945년 두 차례 더 개작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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