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공법을 썼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 우리 아파트가 얼마나 튼튼하게 잘 지었는데….”
정부가 내주부터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3일 찾은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주거동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곳이다. 전용면적 84.97㎡의 매매가격이 27억∼30억 원 수준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 단지다.
거주 중인 아파트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부분의 주민들은 “모르겠다” “진짜냐”면서 말을 아꼈다. 한 60대 입주민은 “입주해서 4년 넘게 사는 동안 하자 한 번이 없었다”며 “재건축 공사할 때 조합원들이 관리·감독을 아주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제대로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민들에게서는 ‘프리미엄 아파트’라는 신뢰와 함께, 회복세에 접어든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주거동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국토교통부가 9월까지 진행될 민간 아파트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뿐만 아니라 주거동에 무량판을 쓴 아파트 단지까지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이 아파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가 조사 방침을 밝힌 이날 서초구에서 이미 기초 조사를 하고 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에 가서 보가 있는 것을 다 확인하고 갔다”며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쓰이긴 했지만, 그건 위험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뿐 아니라 2010년대 이후 지어진 상당수 아파트의 주거동이 벽식 구조와 무량판 구조가 혼합된 공법으로 지어졌다. 최근 수년간 입주한 서울 주요 지역의 고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무량판 공법이 층간 소음 저감 공법으로 각광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2016년쯤 펼친 ‘장수명 100년 아파트’ 정책으로 무량판 구조를 채택하면 10%가량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기까지 했다.
한편 정부는 조사 대상 단지명은 물론, 조사 결과 부실이 확인된 단지명도 공개를 자제할 방침이다.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개인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