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재현의 Deep Read - ‘묻지마 범죄’ 원인과 대책
원인 찾을 수 없고 대책 나올 수 없는 ‘묻지마’式 작명 안돼… 미국은 ‘외로운 늑대 테러’ 개념 수립
현행법, 때로 무기수가 유기수보다 가석방 빠른 역설 존재…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절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과연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묻지마 범죄’로 몰아가야 하느냐이다. ‘묻지마’로 규정하는 순간, 원인도 동기도 없어지고 처방도 대책도 사라진다. 개인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행위들에 대한 심도 있는 사례 분석과 연구·분석이 있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 맞나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게 무차별적 공격을 하면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묻지마’라면서도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말하고 있다. 익숙한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낯설다. ‘묻지마 범죄’라고 하면서 범죄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대책도 나올 수 없다.
오랫동안 정부는 원인을 찾기 힘든 범죄를 만나면 너무 쉽게 ‘묻지마 범죄’라는 답을 내놨다. 수사당국이 범죄 원인을 못 찾은 것일 뿐 ‘묻지마 범죄’는 없다. ‘묻지마 범죄’란 단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2010년 2월 리언 패네타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우리 국가에 주된 위협이 되는 ‘외로운 늑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 연방 법무부는 ‘외로운 늑대’ 유사 사건 124건을 찾아내 분석을 했다. 해당 분석을 통해 외로운 늑대의 공통점을 찾았다. 첫째 이데올로기만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사회와 개인에 대한 분노가 결합해 테러를 자행한다. 둘째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사람이 40%에 달했다. 셋째 아무런 징후 없이 갑자기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SNS에 글을 올려 범행을 암시하거나 행동을 했다. 이러한 조사 방법은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팁이 됐다.
필자도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분노 범죄, 개인적 차별에서 만들어진 미움이 성장한 분노 범죄, 정신질환 등에서 비롯된 범죄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모두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경험적 연구 방법에 따라 이 같은 가설이 검증되고 확인돼야 한다. 원인 파악이 정확해야 실효적인 대책이 나온다. 원인이 틀리면 그 대책은 범죄를 예방하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책 하나
법무부는 흉악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해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수형자가 동료 재소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일이 있다. 항소심은 사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미 중한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받은 피고인’이라는 등의 이유로 사형선고를 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일련의 법원에서 태도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사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무부 역시 사형에 대한 형 집행 시효를 폐지해 당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흉악 범죄자들에게 선고되는 가장 높은 형은 무기징역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 따르면 때로 무기형이 유기형보다 가석방 기간에서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의 범인 전주환은 1심에서 스토킹 범죄 9년, 보복 살인죄 40년을 선고받아 49년의 형을 살게 됐다. 2심은 형이 가볍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1심에서 부과된 49년이 확정됐다면 전주환은 39년의 수형 생활을 해야 가석방 대상이 된다. 유기형의 가석방 기간이 10년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형이 확정되면 20년만 수형 생활을 하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현재의 무기형이 절대로 사형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기수가 유기수보다 빠른 가석방 혜택을 받는 것도 정의에 반한다. 그래서 현 무기징역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필요하다.
◇대책 둘
법무부가 내놓은 두 번째 대책은 사법입원제도 도입이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되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제도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요건은 실현 과정이 까다롭다. ‘정신건강증진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입원을 하기 위해선 보호 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요구된다. 환자 가족과 의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기 어렵다.
이에 거론되는 게 바로 사법입원제도다. 2018년 12월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으로 한 달 후인 2019년 1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후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6일 대의원회에서 법무부의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해 만장일치 찬성 의견을 공식 의견으로 채택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인권에 합치하며, 치료를 방해하는 제도가 반인권적이라는 점에서도 사법입원제도 도입이 절실해진다.
다만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려면 함께 개선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먼저 복지부는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 중단 여부를 파악하고 치료 지원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료 청구를 중단한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지부에 해당 사실을 통지하고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해당 정신질환자 상황을 파악해 치료 지원을 해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 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또한 강화돼야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묻지마 테러’나 ‘묻지마 살인’과 같은 사건 작명 속에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정부나 수사기관, 전문가나 시민사회가 그 인과관계를 찾지 못한다고 ‘묻지마’로 몰아가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유사 사례들을 수집해 심도 있게 연구,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사건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출발점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 용어설명
‘묻지마 범죄’란 개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폭력 범죄. 경찰은 이 용어가 범죄의 원인과 동기를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22년 이후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로 변경.
‘외로운 늑대’란 전문 테러 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개인 범죄자. 특정 조직이나 이념이 아닌, 개인적 반감이 범죄로 연결되는 특징을 갖는데, 때로 조직 테러보다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음.
■ 세줄요약
‘묻지마 범죄’ 맞나 : ‘묻지마’로 규정하는 순간 원인도 대책도 사라져. 미국은 과거 ‘외로운 늑대’ 유사 사건들 집중 분석해 개인 테러 대응 전략 수립. 경험적 연구방법으로 검증하고 원인을 파악해 실효적 대책 세워야.
대책 하나 : 사형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흉악 범죄자에게 선고되는 가장 높은 형은 무기징역. 하지만 때로 무기형이 유기형보다 가석방 기간에서 유리한 역설 존재.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이 필요한 이유.
대책 둘 : 현행법상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은 실현이 까다로워. 따라서 사법입원제도 도입이 필요. ‘묻지마’ 표현에 숨은 함정을 피하고, 유사 사례들을 수집해 심도 있게 연구,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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