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슈룹’이라는 드라마 덕분에 그것이 순수한 우리말임을 알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우산(爲雨산)’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기발하게 찾아낸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이는 ‘슈’라는 글자 자체가 우산이 펼쳐진 모양과 닮았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듣고 보니 어렸을 때 소나기를 피하려 장난스럽게 쓰곤 했던 토란잎들과도 닮았다.
폭염에 시달리는 여름, 유독 바쁜 작가가 권광칠이다. 주로 여름을 그리니 바쁘고, 여름에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작가이니 말이다. 농처럼 건네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름이 대목이다. 요즘 같은 때는 녹색만 봐도 위로가 된다. 해를 가려준다 싶은 식물 이미지만으로도 자연의 청량하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 없이 산뜻하고 정갈하며, 생기 충만한 재현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하며, 꽉 찼지만 답답하지 않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만도 않은 감각이 돋보인다. 이렇듯 통 큰 구성의 한쪽에서는 한여름 에피소드의 삽화가 빠지지 않는다. 틈새에서 앙증맞은 꽃을 피운 옥잠화엔 슈룹의 자연이 고마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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