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 넣은 사람만 봐도
흉기 꺼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
‘칼 찔렸을때 대응법’ 영상 화제
살인예고장소 지도화 사이트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가 200여 건에 달하면서 시민들이 ‘테러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살인예고 글을 제보받아 지역별로 정리해주는 전문 계정까지 등장했으며, 4일 만에 3만 명이 가입했다.
8일 만난 시민들은 살인예고 글이 주로 지목한 지하철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적 장소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매일 지하철로 출근한다는 박모(29) 씨는 “사건이 발생한 후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거나 가방 속을 뒤지는 사람만 봐도 흉기를 꺼내는 것은 아닐지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잇따른 살인예고 글로 주말부터 예정된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는 김수진(28) 씨는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지 않은 장소에서 오히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디도 못 가겠다”며 “평온했던 일상이 두려움에 가득 찬 느낌”이라고 말했다.
작은 소리에 민감해진 시민들이 오인신고를 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는 ‘가스 냄새가 난다’ ‘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는 결국 오인신고로 밝혀졌으나 혼비백산한 승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강력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호신술을 익히고 살인예고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칼에 찔렸을 때 대처법’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는 칼부림 사건 이후 영상을 찾게 됐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댓글에는 “이전에는 ‘이런 일이 과연 일어날까’ 싶었는데, 이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구나 싶다” “칼 찔렸을 때 대응법까지 숙지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세상이 돼 버렸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살인예고 글을 정리해 공유하는 SNS 계정이 만들어져 8일 현재 3만여 명의 구독자를 기록했다. 살인예고 장소를 지도로 도식화한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대학생 4명이 만든 ‘테러리스’ 사이트에는 지도상에 살인예고 위치와 시간, 예고된 범행의 내용, 작성자의 검거 여부 등이 정리돼 있다. 사이트 개발자는 “시민들이 더 이상 불안감 없이 외출할 수 있도록 빨리 해당 서비스가 종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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