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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요즘 뉴스를 보면 무섭고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아요. 무서운 사건이 어디 이번뿐이겠냐마는 정말 요즘 며칠 사이에 한꺼번에 이상한 사건이 보도되다 보니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네요. 극단적인 날씨에 안 그래도 하루하루 힘든데, 존속살해가 묻힐 정도로 ‘묻지마 살인’이 많이 나오다 보니 더운 여름밤 악몽도 꾸고 정말 무섭습니다. 게다가 살인예고 이야기까지 있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종일 뉴스를 찾아보면서 다른 사고에 대한 블랙박스, CCTV 등을 보게 되고 ‘만약 나에게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어디가 안전할까’라며 고민합니다. 기사를 보느라 종일 생각에 빠져 있지만, 딱히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생기지도 않네요. 괴로운 동시에 저 사는 것도 바쁜데 괜히 다른 것에 에너지를 쓰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도한 몰두는 생활리듬 깨… 스스로 시청시간 제한해야

▶▶ 솔루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사건이 아니라도 충분히 불안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에 희망이 없다는 무망감이나, 인간이 서로를 도울 수 없다는 무조감 등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사건 이후에도 무기력감이 지속될 경우에는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뉴스로 접한 사건에 대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명을 붙일 수는 없지만, 꼭 PTSD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우울, 불안, 불면 등 각자에게 맞는 증상을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광장공포증(agoraphobia)은 광장이라는 장소에서만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탈출하기 어렵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내가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악화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평소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사람들이 영상을 찍기도 하고 CCTV 영상도 많이 공개되는데, 반복 시청하는 것은 특히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공부할 때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잘 외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 오랫동안 뇌에 각인됩니다. 정보를 많이 습득하면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고, 사건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데 실제로는 도움 되지 않는 정보가 더 많습니다. 공중파와 종이신문만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간이 제한됐던 예전과 달리 인터넷 언론과 SNS에서 언제나 뉴스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몇 가지 뉴스에 몰두해서 정신이 피폐해진다면 스스로 시청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예 눈과 귀를 닫고 살기 어렵다면, 예를 들어 30분씩 하루 2회 이런 식으로 알람을 해두고 그 시간만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더라’ 식보다는 믿을 만한 언론의 기사만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다가 눈을 떠도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자는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물리적으로라도 멀리, 다른 방이 힘들다면 머리맡이 아닌 먼발치에 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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