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서 생산한 단백질 소재를 활용해 동물 감염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물용 의약품(원료) 전문 기업의 식물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식물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식물에서 생산한 단백질 소재를 활용해 동물 감염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물용 의약품(원료) 전문 기업의 식물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식물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FTA 경쟁력, 농업의 미래산업화 이끈다

(5) 농업 고부가가치화로 위기 돌파

韓, FTA 체결대상국가 59곳
‘혁신’ 통해 경쟁력 갖출 기회로

‘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 유망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과 직결
펫푸드·푸드테크도 미래먹거리

정부, 글로벌시장 진출 공략
“선진국형 산업으로 체질 개선
수출활성화 위해 과감히 지원”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비유적으로 얘기하면 체결한 국가나 지역에 ‘큰 도로’를 뚫는 것과 비슷하다. 길이 열리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기 한결 쉬워진다. FTA 체결로 교역에 따른 관세나 무역 장벽도 모두 철폐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협정을 체결해 발효까지 완료된 FTA는 21건이며, 대상 국가는 59개국에 달한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협상 중인 FTA도 한·중·일 FTA, 한·러 FTA 등 10여 건이나 된다. 조만간 우리나라는 세계 거의 모든 주요국과 촘촘한 FTA 네트워크로 묶이게 될 것이다.

한국 농식품업계에 FTA는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새로 난 길을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활용하지 않고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한국 농식품업계가 FTA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혁신’을 통해 기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해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만 해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 농업기술혁신의 핵심으로 그린바이오, 펫푸드, 종자, 푸드테크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산업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많이 탄생해야 앞으로 한국 농업의 장래가 밝다.

농업회사법인 ㈜복을 만드는 사람들의 조은우 대표는 2015년 11월 회사를 설립한 뒤 식감을 보전할 수 있는 식품 냉동 기술을 적용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냉동 김밥 제품을 출시했다. 특허받은 전자레인지용 특수 용기를 사용해서 눅눅해지거나 터지지 않고 골고루 데워지도록 만들었다. 국내산 쌀 약 147t을 계약 재배하고 있는 ㈜복을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해 매출 42억 원, 수출 52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전망치)는 매출 60억 원, 수출 7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패티와 만두 등을 만드는 디보션푸드의 박형수 대표는 2018년에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약 1억3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물성 단백질 관련 자체 기술을 보유해 대두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한 식물성 대체육 패티·만두 등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부안군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부안군 농가로부터 대두 등 원료 농산물을 연간 70∼100t 계약 재배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린바이오 산업은 농업을 후방에서 지원(효과적인 농자재 공급)하고, 전방에서 견인(수요처 제공)해 경제·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자 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을 위해 첨단 육종 기술인 디지털 육종 기술이 도입되고 고도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최근 종자 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을 위해 첨단 육종 기술인 디지털 육종 기술이 도입되고 고도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 산업도 FTA 시대에 유망한 산업으로 손꼽힌다. 2021년 종자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7367억 원(6억2000만 달러)으로 세계 종자 시장 449억 달러 대비 1.4%에 불과하다. 종자 산업은 웰빙·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농업 부문의 경쟁력 향상 및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기능성 증진, 맞춤형 기능 식품 등 대체 식품용 신품종 개발과 고부가가치화 등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과 직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트너종묘는 국내외 유일의 흰가루병 저항성이 있는 3배체 씨 없는 수박의 품종 개발로 국내 점유율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스페인에 약 45만 달러를 수출할 예정이다.

아시아종묘는 청경채 신품종(알파-1) 자색 잎으로 새로운 샐러드 문화를 조성하고 있고, 영국·미국·유럽 등 9개국에 약 182만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펫푸드’ 등 반려동물 연관산업도 국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해외 시장도 사실상 무궁무진한 유망 산업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 원이지만, 세계시장 대비 1.6%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며, 세계 시장도 매우 크기 때문에 펫푸드 등을 잘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문호도 열려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우리나라는 초기 발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국내 및 해외 반려인의 눈높이에 맞춰 펫푸드를 포함한 연관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오는 10월 1일부터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 항목 100여 개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를 시행하기 위해 관련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푸드테크 산업도 앞으로 FTA 시대를 헤쳐나갈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을 뜻하는 ‘푸드’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다. 푸드테크 분야에는 온라인 식품 거래, ‘케어푸드’(식품 섭취와 소화에 어려움을 겪거나 질병으로 특별 관리가 필요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음식), 간편식, 대체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푸드테크 산업 시장은 2017년 211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5542억 달러로 급증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35.8%에 달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는 산업이다.

예컨대 아머드프레시라는 기업은 2020∼2022년 농식품펀드 55억 원과 벤처캐피털 27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렇게 유치한 자금으로 아머드프레시는 아몬드 우유에 발효 공법을 접목시켜 100% 비건 치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현재 미국 뉴욕 등의 오프라인 매장 20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2021년 매출액은 95억 원이며,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 시대를 맞아 한국 농식품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도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학 기반 펫푸드를 92개국에 공급해 약 2조 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로얄캐닌 캠퍼스(프랑스) 전경.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영양학 기반 펫푸드를 92개국에 공급해 약 2조 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로얄캐닌 캠퍼스(프랑스) 전경.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3720억 달러’ 반려동물 시장 잡아라… 정부, 펫푸드 산업 키운다

연평균 7.6% ‘급성장 산업’
韓 농식품업계 다변화 기대


최근 정부는 선진국형 산업인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잘 훈련된 반려동물이 직접 펫푸드 등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호와 상품성을 실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칭)원-웰페어 밸리(One-Welfare Valley)’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20억 달러(약 483조6000억 원)였고, 불과 10년 후인 2032년에는 7762억 달러(1009조600억 원)로 증가한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7.6%에 달할 만큼 ‘빨리 성장하는(fast-growing) 산업’이라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 농업기술혁신의 핵심으로 그린바이오, 펫푸드, 종자, 푸드테크 산업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산업은 모두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단 하나의 산업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해도 우리나라 농식품업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실례로 반려동물 실증 인프라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이제 조성하겠다는 구상만 내놓은 상태지만, 프랑스에서 출발한 로얄캐닌 캠퍼스는 규모만도 3만 평에 달한다.



원래 로얄캐닌은 1968년 프랑스에 세워졌으나 2001년 미국의 마스(Mars) 그룹에 인수·합병(M&A)됐으며, 영양학 기반 펫푸드를 92개국에 공급해 약 2조 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월섬센터는 1963년에 설립됐고, 규모가 72만 평이다. 반려동물의 영양, 행동 과학에 기반해 마스 그룹의 제품 절반에 대한 ‘기초 연구개발→임상→실증’을 추진하는 인프라 시설이다. 200마리의 반려견, 200마리의 반려묘, 120만 마리의 물고기를 대상으로 임상과 실증 작업을 한다.

이 같은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우리나라도 앞으로 반드시 반도체나 자동차 등 특정 품목을 통해서만 국내나 해외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반려동물 연관 산업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원-웰페어 밸리’ 조성 등을 통해 하루빨리 농식품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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