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 축제로, 전 세계 청소년이 한 데 모여 야영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서로 교류하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 행사다. 국회는 지난 2018년 11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른 나라의 잼버리대회는 대개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적 행사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 잼버리대회가 폭염과 위생시설 등 인프라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파행이 돼 영국·미국·싱가포르 참가단은 조기 철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150여 개 나라 3만7000여 참가자를 새만금 캠프장에서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 8개 지역으로 옮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는 대회의 핵심인 야영 환경이 꼽힌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허허벌판이고 습도도 높다. 한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피할 곳이 거의 없다는 지적은 그동안 숱하게 나왔다. 지난 2일 개영 후 폭염에 더해 대회 직전 퍼부은 폭우로 대회장 곳곳이 습지가 된 데다 모기와 날벌레도 창궐해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참가자들을 힘들게 했다. 비위생적인 화장실, 부족한 배수시설 및 급수대, 훤히 들여다보이는 세면장과 같은 기본적인 야영 인프라 문제점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동안 대회 준비 과정의 난맥상, 그리고 유관 기관 간의 엇박자 등이 문제였다. 잼버리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스카우트연맹 등 관련 기관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의 부재가 오늘의 불상사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 2017년 8월 1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전북 새만금으로 대회를 유치한 후 6년 넘게 지나도록 수차례의 경고가 거듭됐다. 하지만 부실한 준비와 운영 미숙이 오늘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2018∼2023년 잼버리 준비 기간 예산은 국비 302억 원, 전라북도 등 지방비 418억 원 등 세금이 720억 원 들어갔고, 자체 수입과 광고 수입을 합하면 1171억 원이 넘는다. 이후 추가로 정부와 지자체의 예비비 및 특별교부세를 합하면 총사업비는 1402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 항목이 조직위원회 운영비라고 한다. 인건비를 포함해 740억 원이 지출됐다. 정작 잼버리 행사에 필수인 기반시설과 야영장, 직소천 활동장, 대집회장 등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이 쓰였다고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종종 세계대회의 개최까지는 철저하게 준비하면서도 정작 디테일을 놓쳐 후진국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만반의 준비와 성공 확신은 말뿐이고 실제 이를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데는 체계적이지 못했던 데 대해 엄중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또 다른 세계대회의 유치에 열을 올리는 반면 실제 뒷감당은 종교단체와 경제계 등 민간이 나서야 해결되는 일을 더 반복하는 것은 우리의 국격에도 걸맞지 않다. 이번 행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책임 소재를 명백히 규명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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