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풍경
사진·글 = 박윤슬 기자 seul@munhwa.com
“아니 내가 살게.”
“아니 됐다니까. 내가 사겠네.”
두 어르신이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자판기 앞에서 서로 차를 사겠다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뜨거운 커피는 200원, 얼음을 넣으면 300원.
대추생강차는 300원, 얼음을 추가하면 400원.
프랜차이즈 카페를 생각하면 0이 하나 빠진 가격이다.
많이 있지도 않은 선택지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마차는 쉬오니 대추생강차 잡수세요.’
휴가철이라 ‘마차’도 휴가를 갔나 보다.
■ 촬영노트
어르신들이 옥신각신하던 곳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이다. 탑골공원은 대한제국 시기에 건설된 국내 최초의 근대식 도시공원이며 1919년 일제에 항거하는 3·1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탑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이 일대가 ‘탑골’ 또는 ‘탑동’으로 불렸다고 알려져 있으며 탑을 뜻하는 영어인 ‘파고다(pagoda) 공원’으로도 불렸다. 노인문화가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이 오나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노인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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