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약자 복지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3%대로 잡고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3%대 증가율은 2016년 2.9%나 2017년 3.6% 이후 7∼8년 만에 가장 낮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한 내년 경상 성장률(4.9%)보다도 훨씬 작은 증가율이다. 생산 증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민이나 경제 주체에게는 ‘사실상의 긴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만큼 총지출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지출 조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세수 부진이 우선 꼽힌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39조7000억 원(18.2%) 적다. 올해 남은 기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걷는다고 하면 연간 세수는 356조 원가량이 된다. 올해 세입 예산의 전망치(400조5000억 원) 대비 44조 원 이상 부족한 것으로 4년 만에 세수 결손 발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내년 세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 수입은 418조8000억 원이다. 올해 세입 예산보다 4.6%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올해 세수를 356조 원으로 가정하고 재정운용계획상 세수 증가율(4.6%)을 적용하면 내년 세수는 372조 원가량이다. 지난해 세수(395조9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빚을 내는 규모를 늘리지 않는 한 지출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재정 건전성 지표를 당초 예측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를 지켜나간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제시한 110대 국정 과제에서 재정 정상화가 5번째 과제에 오를 정도로 건전 재정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강조한 원칙이다.
경기 활력 제고 등을 이유로 섣불리 빚을 내지 않겠다면, 수입에 맞춰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2∼2026년 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을 올해(638조7000억 원)보다 4.9% 증가한 669조7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세입에 근거한다면 세출 증가율은 이보다 낮춰야 한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필요한 과제에 예산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약자복지·안전·미래세대·일자리 등 4대 분야에 초점을 둔다는 기본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집중호우 등을 고려해 수해 복구와 국가 하천에도 재원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모든 국고 보조금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민간 단체·노조의 자체 사업, 성과가 미흡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지역 화폐, 전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뉴딜·태양광 관련 사업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일 예정이다.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 예산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협력 관련 R&D 예산은 늘리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산하에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일부 사업도 삭감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지출 억제에도 재정 악화라는 문제는 남아 있다.
올해 세수가 당초 예산안을 짤 때보다 부족하고 내년 세수도 그만큼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늘었다. 국세 수입보다 부족한 지출분을 다른 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세계 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불용(不用) 예산 등으로 올해 세수 부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내년의 경우 기금 수입 조정, 국채 발행 등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 발행 규모가 예년 수준을 넘어선다면, 국가채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오는 8월 말 내년 예산안 브리핑을 실시하고, 국회에는 9월 2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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