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비서로 불리는 ‘농업온(ON)’ 앱은 영농단계별 농업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전국 35개 도매시장의 거래가격과 병충해 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FTA 경쟁력, 농업의 미래산업화 이끈다
(6) 농업의 ‘디지털 산업화’ 속도
정부 운영 ‘농식품 공공포털’ 보유 데이터 1044종 개방
맞춤정보 제공 ‘농업온’ 앱 도매가·병충해 실시간 확인
빅데이터 거래소 ‘카덱스’ 농식품 유통분야 혁신 견인
드론방제 시스템 ‘파미지’ 한우데이터 ‘우시장 플러스’ 민간분야도 다양한 서비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접촉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통신·자동차산업·공공 부문 등 전 분야에 빅데이터 열풍이 불어닥쳤고, 농업 산업과 문화도 속속 바꿔놓고 있다. 데이터수집과 활용이 농업 부문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농업인들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드는 등 순도 높은 데이터 개방과 공유가 우리나라 농업의 경쟁력을 대폭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해왔다. 시장개방을 통해 제조업 등의 판로를 차츰차츰 늘려가며 국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사이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서 국내 농업인들은 FTA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핵심품목인 반도체가 업황 부진으로 고꾸라지는 탓에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Food)’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농식품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비행경로 장치가 탑재된 드론. 이 드론을 통해 방제 작업을 하면 비행경로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방제 과정과 진행률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농식품부 제공
농업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바람은 공공 부문에서 주도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식품 공공데이터 포털’(data.mafra.go.kr)을 통해 본부와 소속·산하기관 보유데이터 1044종(지난달 기준)을 개방하고 있다. 이 포털에 접속하면 원클릭으로 도매시장 경락가격·안심식당·동물등록현황 정보 등 사회현안이 반영된 값진 데이터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데이터에 접근성을 더욱 제고하기 위해 포털을 전면 개편하면서 모바일과 PC에서 간편하게 데이터를 찾을 수 있도록 통합검색 기능은 한층 강화됐다. 덕분에 농식품 공공데이터 이용 건수(2014년 10월∼올해 6월 기준)는 3억3000건으로, 연평균 이용률이 105%씩 상승하고 있다.
모바일 앱인 ‘농업온(ON)’도 정부가 일찌감치 마련한 빅데이터의 초석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탄생한 농업온은 관계기관이 보유한 농업인 데이터를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영농정보를 제공하면서 농업온은 ‘영농비서’로 불린다. 농업온을 이용하면 전국 35개 도매시장의 실시간 가격과 병충해 발생 현황을 모바일 앱으로 알 수 있는 데다 온라인 경영장부의 입력 및 관리도 편리하게 할 수 있어서다. 농식품부는 농업온을 통해 각종 서류를 모바일 앱에서 통합 발급할 수 있게 개선한 ‘축산물원패스’를 도입한 성과를 올렸고,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부혁신을 우수하게 추진한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빅데이터 모범 기관으로 우뚝 섰다.
농식품 빅데이터 거래소인 ‘카덱스(KADX)’도 농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2021년 2월 농식품 데이터의 유통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카덱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카덱스는 공공과 민간의 농식품 데이터를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6월까지 23억 원의 누적 거래액을 달성했다. 카덱스에는 올해 1월 기준 농식품 데이터 생산·보유 업체 10곳이 데이터 판매자로 참여해 데이터 상품 451종을 개방해 거래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1억8000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카덱스는 농식품 데이터의 유통과 거래를 활발히 유도하면서 각종 데이터를 농가와 농식품 전반에 퍼뜨리고 있다. 또 카덱스는 화물 운송기업인 ‘센디’와 손을 잡고 최적 출하지 추천과 운송예약 연계 등을 제공하는 ‘현장 체감형 서비스’를 농업인들에게 제공했다.
공공이 농업 분야에서 당긴 빅데이터 불씨는 민간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공공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농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한 ‘더대시’가 선두주자에 있다. 더대시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영세농가의 공동 발주·관리·정산 등 드론 방제 서비스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인 ‘파미지’를 내놓았다. 파미지 서비스를 통해 농가 일손에 보탬이 되고, 농업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투뿔메이커’의 ‘우시장플러스’는 2020년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왕중왕전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으며 한우업계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시장 플러스는 한우의 개체등록정보인 유전·환경정보와 연관된 빅데이터 수집과 통계분석 등을 통해 직관적으로 판단하던 향후 한우의 품질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업체는 빅데이터로 농업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농가의 경우 유통과 판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빅데이터는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한 우리 농업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 전망이다. 이수현 농식품부 빅데이터전략팀장은 “농업온과 카텍스를 통해 민간과 공공에서 데이터가 많이 쓰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면서 “공공데이터포털의 접근성과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한편 사업경진대회 등을 통해 민간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업현장에서 데이터가 널리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파트너종묘’의 씨 없는 수박(왼쪽 사진)과 ‘부농종묘’의 5색 대추토마토(오른쪽).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 집중 육성… ‘미니수박’ 육종 등 수출 대박
농식품부, 산업규모 확대 추진 2027년까지 1조2000억대로
‘씨 없는 수박’과 매운맛이 강한 ‘촘초미고추’ 등 최첨단 농업기술을 도입한 ‘K-푸드(Food)’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춰 다채로운 연구·개발(R&D)을 통해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 산업을 고부가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등 수출 핵심품목을 넓히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종자 업체 ‘파트너종묘’의 ‘달코미 미니수박’은 지난해 45만 달러(약 5억9000만 원)의 종자를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에 수출했다. 열매가 작고 당도가 높아 까다로운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이 잇따랐다. 달코미 미니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씨 개수가 절반 이하인 데다 씨의 크기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보관하기가 편리하다.
달코미 미니수박은 ‘유전자 분자표지’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달코미 미니수박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된 이 기술은 염기서열 정보를 활용해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생산기간을 크게 단축한다. 통상 6∼8년 걸리는 열매가 작고 간편성을 높인 하우스 재배용 수박을 파트너종묘는 분자표지 기술 덕분에 3년 만에 개발해냈다. 세계 최초로 탄저병 저항성 품종을 개발 및 보급하는 ‘고추와 육종’, 중국 지역의 무·배추·고추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대일국제종묘’, 지난 2020년 토마토 내병성 분자 마커를 개발한 ‘부농종묘’ 등도 전 세계 농업인들이 주목하는 종자 기업들이다.
종자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대일국제종묘 등이 입주한 전북 김제시에 있는 ‘민간육종연구단지’ 외에도 정부는 차세대 육종기술 확보와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올해 2월 ‘제3차(2023∼2027) 종자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위한 5대 전략 13개 과제를 수립해 발표하는 등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기준 74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종자 산업 규모를 오는 2027년까지 1조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6000만 달러 규모인 종자 수출은 1억2000만 달러로 키우고, 매출이 1000억 원 이상 기업을 2027년까지 3곳 이상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