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선대 회장이 맡긴 배터리 사업
GM · 테슬라 등에 공급 ‘쾌거’
스텔란티스·혼다와 합작 공장
작년 사상최대 연간실적 달성
주1회이상 기술연구원서 현장경영
젊은직원들의 의견·애로 청취
‘히든히어로상’ 등 다양한 포상
“제 마지막 남은 임무는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최고 회사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찾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40년 넘게 LG그룹에 몸담아온 권 부회장은 ‘1등 전도사’ ‘믿을맨’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그룹 내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 부회장은 특히 풍부한 경험과 현장 중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다양한 전화위복 사례를 만들며 성공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지위를 한층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주눅 들 필요 없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갑시다.”
권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수시로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질러보자”고 강조할 정도로 위기 때마다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발휘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도전 정신 덕에 권 부회장은 입사 이후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사령탑 역할을 맡으며 가는 곳마다 ‘구원 투수’ 역할을 맡아왔다.
대표적으로 권 부회장은 지난 2007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던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아 취임 첫해 1조5000억 원의 흑자전환을 달성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이슈와 재무 구조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그는 새로운 대규모 투자 대신 기존 설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맥스케파’ 활동을 통해 매출과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이후에는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LG디스플레이를 글로벌 1위 패널 회사로 성장시켰다.
LG유플러스 CEO 재임 기간에는 가입자 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 체질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의 정체 속에서도 2016년 가입자 1200만 명, 2017년 1300만 명을 달성했다. 아울러 스마트홈 핵심축인 인터넷TV(IPTV),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분야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회장이 맡긴 배터리 사업 육성 = 권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발령이 났을 때였다. LG화학은 당시 전지사업을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소형전지사업부와 중대형전지사업부를 통합한 뒤 전지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당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인사를 내기 전인 2011년 11월 권 부회장을 집무실로 불러 “배터리 사업도 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일본·중국 시장까지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쾌거도 이때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주회사인 ㈜LG 대표이사(부회장)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1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다시 한 번 구원투수로 업계에 등판하게 된다.
◇과감한 투자와 역대급 실적 행진 =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기업의 외형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권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2월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굵직굵직한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지난해에는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GM과 전기차 배터리 제3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총 투자액 3조 원, 연 생산 규모가 5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양사는 앞서 미국 오하이오주에 제1 공장, 테네시주에 제2 공장을 짓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 제3 공장을 포함하면 연 생산 능력은 145GWh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북미 3대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에 합작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도 합작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수요와 경영 환경 변동으로 인해 투자 재검토에 들어갔던 애리조나 지역 투자를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결정으로 총 7조2000억 원을 들여 원통형 배터리 공장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단독 공장 중 최대 규모로 지난해 발표 때보다 4배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조지아주에 3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는 44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연간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도 1분기에 매출 8조7471억 원, 영업이익 6332억 원, 2분기에 매출 8조7735억 원, 영업이익 4606억 원을 각각 달성하며 지난해 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6개 분기 연속 매출 최대치를 경신했다.
◇“답은 현장에” = “LG디스플레이 시절 구미와 파주 공장을 늘 다녔는데 현장에 가서 경청하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권 부회장은 현장 경영을 그 누구보다 중시하는 CEO다.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임 이후 주 1회 이상은 반드시 기술연구원이 있는 대전이나 에너지플랜트가 위치한 오창에서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미시간 공장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권 부회장은 “2025년까지 북미에 총 8개 공장을 운영할 예정인 만큼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배터리 제조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미시간 공장은 북미 전체 공장의 ‘마더 팩토리’ 역할을 할 곳인 만큼 미시간 공장의 성공이 북미 전체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권 부회장은 해외 공장을 방문하며 직접 현장을 챙겼다. 지난해 5월에는 취임 이후 처음 미국행에 올라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 주요 현지 생산공장을 찾아 GM 합작공장을 비롯한 북미 사업 계획 전반을 점검했다. 또 7월에는 폴란드 공장을 방문해 스마트팩토리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인력들을 독려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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