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균용 지명 의미
대통령실 “사법부 본령 찾기”
정태수 아들 유죄 선고 등
원칙 중시하는 소신 판결
대법원 보수우위 구도 재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사법부 정상화’와 ‘법치 복원’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명수 코트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명 배경에 대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서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내에서는 이 후보자를 보수 성향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한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3위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김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두 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이 후보자는 2021년 2월 대전고등법원장 취임 당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처리를 두고 ‘거짓 해명’ 논란의 중심에 선 김 대법원장을 직격한 발언이다. 201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해 원칙을 중요시하는 소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3년에는 배우 신은경 씨와 병원의 민사 분쟁에서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을 인정하는 실무상 기준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틱장애를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한 행정처분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하면서 2016년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빠르게 보수우위로 재편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인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는 2017년 9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진보 성향 대법관이 다수 임명돼 ‘진보 우위’ 구도를 줄곧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중도·보수’ 7명, ‘진보’ 6명 구도로 바뀌었고, 이 후보자가 다음 달 임명되면 ‘중도·보수’ 8명, ‘진보’ 5명 구도가 된다.
손기은·서종민 기자
■ 이균용 후보자는…
‘원칙우선’ 거침없는 언행… 지명된 날에 모친상 발인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균용(61)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고, 2009년 고법 부장판사로 전보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과 대전고법원장을 역임했다. 법원 내 엘리트 모임으로 통하는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특히 일본 법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 법학과 1년 선배로, 대학 시절 둘 간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2017년 이후 두 사람 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이 부장판사는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인사 당시 최종 3인 후보자에 올랐지만, 탈락했다.
한편, 이 부장판사의 모친이 지난 20일 별세,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22일 오전 이 부장판사는 모친의 발인을 치렀다. 이 부장판사는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지인들에게 알렸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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