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업 인허가에만 1년
“EU는 산업부산물에 규제없어”


‘신기술을 개발해도 폐기물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제지업체인 A 기업은 매년 처리 비용만 수억 원이 드는 감귤껍질을 재활용해 골판지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감귤껍질은 감귤 가공 시 전체 양의 약 40%나 발생한다. 그러나 감귤껍질이 폐기물로 분류됨에 따라 폐기물처리업 인허가(1년 이상 소요)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폐기물로 사업을 하는 경우 설치 검사, 정기 점검, 실시간 보고 등 엄격한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지 못하고 사장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B 기업은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후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B 기업은 현행법상 포집된 이산화탄소도 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엄격한 폐기물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낙담했다. 폐기물은 법에서 정해 놓은 방법으로만 재활용이 가능한데 B 기업의 재활용 신기술은 해당하지 않아 사업화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새로운 자원순환을 위한 기술이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기존 법에 정해진 것이 아닌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재활용환경성평가 등 1년 이상 소요되는 절차를 거쳐야 사업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은 ‘발등에 떨어진 불’로, 여야 정당과 정부가 앞장서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을 독려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법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현재 재활용하는 방법이 ‘포지티브 방식(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 규정 외에 새롭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재활용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법적으로 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재활용업계도 불만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산업 부산물(By-product)이나 재사용 또는 재제조 등 계속적 쓰임이 예정돼 있는 경우 비폐기물로 인정해 관련 신사업 추진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유용한 산업 부산물은 비폐기물로 분류하고, 처리·가공을 통해 산업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원료에 대해서는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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