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부정부패’ 망명 15년 만의 귀향… 태국, 안갯속으로
탁신, 즉시 왕실 사면 요청할 듯
일각 “몸 왔지만 혼 안왔다” 비판
설문결과 ‘군부 연정 반대’ 64%
왕실모욕죄 폐지 등 개혁 희망
새 총리로 뽑힌 탁신 측근 세타
탈세 등 비리 의혹에 혼란 가중
지난 5월 총선 후 총리 선출과 새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던 태국 의회가 22일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측근인 세타 타위신 프아타이당 의원을 총리로 선출했다. 공전 3개월 만에 총리를 선출하며 정부 구성에 나섰지만 태국의 정국은 오히려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왕실 개혁을 내세워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전진당을 배제하기 위해 20년간 견원지간으로 지내던 포퓰리스트 탁신 전 총리 가문이 이끄는 프아타이당과 정치에 사사건건 개입해 오던 군부가 손을 합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탁신 전 총리가 15년간 망명 끝에 귀국하는 등 탁신계와 군부가 밀착하고 있지만 양 진영 간 이념적 격차나 갈등의 골은 만만치 않다. 또 태국 국민들이 2당인 프아타이당이 1당인 전진당을 저버리고 군부 세력과 연정을 구성한 것을 ‘배신’이라고 여기는 것도 향후 정국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집권에 실패한 전진당의 피타 림빠른랏 대표도 탁신계와 군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왕실모독죄 개정 등 진보적 법안 입법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공세를 강화 중이다.
◇20년 견원지간이 함께 만든 정권 = 탁신 전 총리의 측근인 부동산 재벌 출신인 세타 의원은 22일 제30대 태국 총리로 선출됐다. 이날 치러진 태국 상·하원 합동 총리 선출 투표에서 세타 총리는 프아타이당이 결성한 정당 연합의 단독 후보로 지명돼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세타 총리는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며 가깝게 지내온 측근으로 알려졌다. 프아타이당은 5월 총선에서 1당에 오른 전진당 중심의 민주 진영 야권 연합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총리에 도전한 피타 대표가 군부의 반대로 발목이 잡히자 프아타이당은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은 뒤 전진당을 배제하고 왕실모독죄를 개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군부 정당을 포함한 보수 세력과 손잡았다. 총리 선거 날 탁신 전 총리는 15년간의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전용기를 타고 자진 귀국했다. 그는 집권 중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고 군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전 미얀마 차관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등 4건의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으며 2008년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해 왔다. 형기가 10년이나 남아 있는 그가 전격 귀국한 건, 태국 군부와 사면을 놓고 물밑 타협 작업을 끝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방콕포스트는 “탁신 전 총리는 즉시 왕실의 사면을 요청할 것이며 (사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귀국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변심에 일각에서는 ‘탁신의 몸은 돌아왔지만, 혼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파’ vs ‘개혁파’ 싸움 심화 = 프아타이당은 총리를 배출하며 정권을 잡게 됐지만, 태국 정국은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을 저버리고 군부 세력과 정부를 구성한 것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성인 13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4.5%가 프아타이당이 군부 진영과 연합해 정부를 꾸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타 대표를 지지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 개혁 세력 역시 프아타이당이 군부의 손을 잡은 걸 비판하며 거리시위와 온라인상 비판 성명 등을 내고 있다. 티티폴 팍디와니치 태국 우본 라차타니대 정치학부 학장은 “(군부와 손잡은) 탁신의 복귀 과정이 오히려 태국 민주화 과정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피타 대표는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탁신계와 군부 진영 결합으로 탄생한 새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타 대표는 2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새 정부는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며 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세타 총리의 비리 의혹도 보수파와 개혁파의 충돌을 격화시킬 변수다. 세타 총리가 운영해 온 부동산 회사 산시리는 토지 매입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탈세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향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탈세 등 불법 혐의가 인정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수사 향방에 따라 전진당과 20·30대를 주축으로 한 개혁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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