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 판매, 웃돈 거래, 되팔이 등 소문난 명품에나 어울릴 법한 말이 과자에 적용돼 쓰이고 있다. 유명한 제과점에서 만든 수제품이라면 이해가 갈 법도 한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과자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의아할 법도 하다. 이 제품을 개발한 이들의 많은 노고 덕이겠지만 이 제품에 들어간 ‘먹태’의 맛과 인기에 힘을 입은 것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 먹태 이전에 수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명태 덕일 것이다.
상태나 가공법에 따라 이처럼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가 또 있을까? 생물이면 생태고 얼리면 동태다. 반쯤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고 배를 갈라 바싹 말리면 북어다. 배를 가르지 않고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말리면 황태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황금빛 황태가 되지 못하면 먹태다. 그 새끼까지 잡아 말리면 노가리가 되니 붙일 수 있는 이름은 다 붙였다.
먹태는 흑태라고도 하는데 ‘먹’이든 ‘흑’이든 검은색을 뜻한다. 날씨가 잘 도와줘 황금빛 황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거뭇하게 마른 것이니 아무래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 술안주로 개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잘 건조된 황태는 해장국집이나 구이집으로 팔려나가고 상태가 조금 아쉬운 것은 술안주가 된 것이다. 그런들 어떠하랴. 고추장, 간장, 마요네즈 등등을 듬뿍 찍어 술에 곁들여 맛있게 먹고 마시면 되는 것이니.
험한 바다에서 명태를 잡는 이, 곱은 손을 호호 불며 손질해 말린 이, 거뭇하게 마른 것의 새로운 소비처를 개발한 이, 웃고 떠들면서 맛있게 먹고 마시는 이들의 합작품이 먹태다. 그리고 그 맛을 살려 과자에도 담아낸 이들의 노고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배를 갈라 소금으로 염장한 뒤 말린 북녘의 짝태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 먹태 과자와 짝태 술안주를 한반도의 모든 이가 즐길 수 있어야 명태의 변신이 완성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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