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멤피스’
흑인 여가수·백인DJ 이야기
‘블랙페이스’ 없이 흑인 표현
미국 남부의 ‘할렘가’ 빌 스트리트 지하 클럽에 백인 ‘휴이’가 방문한다. ‘유색인종 전용. 백인 출입 금지’라는 클럽 앞 팻말이 드러내듯 클럽에 백인은 휴이뿐이다. 이들은 낯선 백인의 방문을 경계하고 ‘소란을 일으키면 곤란해진다’며 그를 내쫓으려 한다. 뮤지컬 ‘멤피스’(사진)의 첫 장면이다. 등장하는 배우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 페이스’ 없이 대사와 연출만으로 누가 흑인이고 누가 백인인지 묘사한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멤피스는 195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를 배경으로 백인 라디오 디제이 ‘휴이’와 흑인 여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휴이는 당시 흑인 음악으로 취급돼 멸시받던 ‘로큰롤’을 대중에게 알리려 하고, 펠리샤는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더 넓은 무대에서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은 흑인 음악을 널리 알린 전설적인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휴이 역에 박강현·고은성·이창섭, 펠리샤 역에 정선아·유리아·손승연, 펠리샤의 오빠 델레이 역에 최민철·심재현, 휴이의 어머니 ‘글래디스’ 역에 최정원·류수화, 백인 라디오 방송국의 사장 ‘시몬스’에 이종문이 캐스팅됐다.
무엇보다 작품은 ‘블랙 페이스’ 없이 대사와 상황만으로 흑인들의 차별을 잘 표현해 피부색으로 구별하는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7월 막을 내린 뮤지컬 ‘할란 카운티’의 경우도 2019년 초연 땐 흑인 노예 ‘라일리’ 역의 배우가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왔지만 2021년 재연과 올해 삼연 때는 블랙 페이스를 없앴다. 최근 문화예술계에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가 휩쓸면서 유색 인종이나 소수인종이 주인공을 맡는 식의 변화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블랙페이스를 없애 외양만으로 구분할 수 없게 만든 흑인 캐릭터들과 달리 백인 등장 인물들은 한눈에 백인임을, 그것도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휴이와 그의 모친 글래디스, 백인 라디오 방송국 사장 ‘시몬스’ 등 몇몇을 제외한 모든 백인 캐릭터들은 익살스러운 노란 가발을 쓰고 나온다. PC주의가 낳은 또 다른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대목이다. 공연은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22일까지.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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