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땅에 월대 묻으며 철거
故 이건희 유족, 보관 2점 기증
복원 거쳐 10월 중 일반에 공개


서울 광화문 월대(月臺·주요 건물 앞에 설치한 넓고 평평한 기단)의 임금이 다니던 길 맨 앞부분을 장식하던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9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서수상으로 추정되는 석조각 2점을 기증받았다며 현재 복원 중인 광화문 월대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서수상의 형태와 규격, 양식 등이 과거 광화문 월대와 일치해 고종(재위 1863∼1907)대 월대를 건립할 당시 사용한 부재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받침석에 윗부재를 앉히기 위해 가공한 부분과도 모양과 크기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상상의 동물을 표현한 서수상은 부정적인 기운을 쫓고 왕실의 권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광화문의 해치상,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서수상 등이 널리 알려진 예다. 이번에 확인된 서수상은 2m 길이의 길게 뻗은 형태로 동물이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뿔이 달렸고 목과 귀에 갈기털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광화문의 해치상, 근정전의 서수상 등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뿔의 개수나 눈썹, 갈기의 표현 방식 등은 조금씩 달라 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술적·예술적·기술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월대가 건립될 당시 함께 만들어진 서수상은 1923년 일제가 광화문 앞에 선로를 깔기 위해 월대를 땅에 묻으면서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서수상이 보관돼 있던 곳은 삼성그룹이 1982년 개관한 사립 미술관인 경기 용인시의 호암미술관이다. 이곳 야외 정원에 있던 서수상을 본 한 시민의 제보가 단초가 돼 문화재청이 서수상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 다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월대의 맨 앞부분을 장식했던 서수상이 어떤 경로로 삼성가에 가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비공개 기증식에서 유족 측에 감사장을 수여했다.

문화재청은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에 보관 중이던 난간석 부재 등 50여 점과 이번에 기증받은 서수상 2점을 통해 당시의 모습에 보다 가깝게 광화문 월대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부터 서수상과 받침대를 짜맞추고 접합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복원을 마무리하는 오는 10월 중 기념행사를 열어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의 모습을 공개할 방침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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