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딸, 중 3 아들에 수면제 주스 마시게 한 뒤 LPG 틀어
남매만 죽고 자신만 살아남아…모친과 불화에서 비롯 진술
한 달 전 수면제 준비…부산 등 여행지선 호텔서 머물러
좋은 곳 자고 맛있는 것 먹었을 즐거운 여행이 비극으로 끝나
김해=박영수 기자
아버지가 차량에서 10대 남매에게 수면제를 탄 주스를 마시게 한 뒤 LPG 가스로 질식시켜 숨지게 한 경남 김해 남매 살해 사건은 아버지와 모친(10대 남매 할머니) 간 불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버지는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아이들과 떠난 여행은 남매에게 비극적인 생의 마지막 여행이 됐다.
김해중부경찰서는 고등학교 1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1t 트럭에서 LPG 가스로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아버지 A(50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매와의 동반 자살에서 살아남은 A 씨는 진술을 거부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29일 오후 경찰 설득으로 일부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문화일보 8월 29일 자 12면 참조)
10년 전 이혼한 A 씨는 범행 동기로 어머니 B(70대) 씨와의 불화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함께 사는 B 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특히 B 씨가 아이들을 괄시하고 못살게 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아버지가 사망한 5년 전부터 어머니와 불화가 심해졌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일방적인 진술이어서 모친과 주변인을 조사해 봐야 정확한 범행동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A 씨는 범행을 한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처음에는 혼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으나 아이들을 남겨놓으면 모친이 괄시할 것 같아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마음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매해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면제는 가루로 만들어 주스에 탔고 지난 28일 범행 장소인 아버지 산소 인근으로 가기 전에 차를 도로 가에 세워 아이들에게 마시게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 씨는 이어 범행 장소에 도착해 차량에서 잠든 남매 옆에 휴대용 LPG 통을 틀어 가스 질식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도 함께 극단 선택을 했으나 잠에서 깨면서 고교 교사의 실종신고를 받고 위치추적으로 차량을 찾아낸 경찰과 119에 구조됐다.
비극으로 끝날지 몰랐을 아이들의 마지막 행적도 드러났다. A 씨는 아이들 학교에 현장학습(23∼25일) 신청을 내고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경남 남해와 부산으로 여행을 다녔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여행지에서는 고급호텔에 머물러 여행의 마지막 날을 예측하지 못한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이들이 좋은 곳에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여행을 다녀 아버지를 잘 따라 다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매는 여행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차에서 아버지가 건네준 주스를 마시고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A 씨는 현재 침통한 표정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만 죽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경찰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다 아이들만 죽게 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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