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강릉 경포대에서 필자(오른쪽)가 맥 형제들인 박태화(왼쪽), 이영수와 함께 찍은 사진.
40년 전 강릉 경포대에서 필자(오른쪽)가 맥 형제들인 박태화(왼쪽), 이영수와 함께 찍은 사진.


■ 보고싶습니다 - 의동생 이영수·박태화

복숭아밭에서의 서약이라는 도원결의는 의형제를 맺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의로써 똘똘 뭉칠 것을 결의할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사나이 간에 우정을 다지고 싶을 때 의기투합해서 “도원결의하자”는 말을 하게 된다.

필자가 맺은 도원결의는 조국 영공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였던 공군 부대(용문산)에서 이루어졌다. 경기에 자리한 용문산(1157m)의 부대까지 가는 길은 현재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1980년대 초반에는 비포장도로였다. 울퉁불퉁한 산악 도로로 일명 탑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출퇴근했는데 방심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산악 지형으로 안전 저해 요인이 많았다. 산 정상에는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사람 키 높이처럼 많은 눈이 내렸다.

용문산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6사단 장병들은 ‘결사항전’이라고 적혀 있는 띠를 두르고 전투를 벌여 전세를 역전시켜 진격함으로써 압록강 물을 수통에 담았던 혜산진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곳 용문산 공군부대에서 의로써 살고 의로써 뭉치는 형제라는 의미로 ‘맥(脈) 형제’라는 이름을 정하였다. 그 당시 소속 부대의 근무 특성상 장교와 병사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고 외출도 같이 나갔다. 청량리역에 하차하면 얼큰한 순댓국에 막걸리 한잔을 마신 뒤에 각자의 목적지로 떠났고 귀대할 때도 함께 부대로 복귀하였다. 근무시간에는 상하관계가 명확하게 구분됐지만, 근무시간 외는 장교와 병사라는 계급의식을 초월하여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용문산 근무 중 필자와 이영수(상병)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고향을 떠나와 용문산에서 함께 근무하였는데, 휴식 시간을 통해 고향 얘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친근함을 느끼고 의기투합해서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박태화, 윤찬진, 김윤중, 현종우 등의 형제들이 뜻을 같이했다.

의동생 영수는 한마디로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정도로 박력 있고 쾌활하며 웃음을 많이 선사하는 아우이다. 사나이 간 의리를 중요시하면서도 유난히 정이 많은 동생인데 현재는 식품 사업을 열심히 하면서도 맥 형제 모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의동생 박태화는 정의감이 불타고 매사에 정도를 걸으며 우리 형제들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을 갖추었다. 코트라에서 30년 근무하고 퇴직, 못다 이룬 꿈 실현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의동생 윤찬진은 인품으로는 그 누구도 당하지 못하는 최상류층에 이를 정도로 품격이 남다른 동생이다. 천재적인 암기력으로 프로 야구 선수들의 타율과 승률 등을 꿰뚫고 있어 컴퓨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은행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는데, 자진해서 총무를 맡아 맥 형제들의 보물 같은 동생이다.

필자가 국방부 주관 대대급 교육에 참여, 용문산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장병 정신교육을 실시할 때 사전 보안 조치를 마치고 맥 형제들과 함께 근무했던 용문산 부대를 방문하였다. 생각해 보라!! 40여 년 전 자신들이 근무했던 부대를 방문하여 그 시절을 회상해 보고 후배들에게 소정의 격려금을 전달했을 때의 기분을.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맥 형제들과는 군대 생활을 마친 후에도 현재까지 만남을 계속해 오고 있다. 형제들과의 만남 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 일과 우리가 근무했던 용문산 부대를 방문, 관악산 등산 등을 했던 일이다. 용문산에 근무할 당시, 무더운 여름에 일명 브레이크(Break)라는 정기 외출 기간 양평에서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됐다. 부대에서 사용하는 모기장을 텐트 대신하여 가지고 가 바닷가에 잠자리를 마련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웃음이 나는 일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며 맥 형제들의 우정은 영원하리라 다짐을 하게 된다.

이준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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