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완공된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을 잇는 새만금 남북도로. 현재 동진강 대교 인근에서 남북도로와 연결되는 교차로 공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완공된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을 잇는 새만금 남북도로. 현재 동진강 대교 인근에서 남북도로와 연결되는 교차로 공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예산삭감… 기로에 선 새만금사업

여의도 면적의 140배 간척지
자유무역 중심지로 개발 사업

20분내 이동 ‘+형’ 도로 완공
공항 경제성 다시 검토하기로

내년도 SOC 예산 78% ‘삭감’
野·전북 “정치 공세로 난도질”
與 “적정성 따져 제대로 추진”

갯벌보존·수질오염 방지 위한
해수 유통 논란 재점화 될 듯


전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나윤석·이후민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여파인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새만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잼버리 파행에 대한 징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지금까지 5년 내지 10년에 한 번꼴로 계획 수정이 있었다며 새만금 기본계획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발전적으로 수립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내년도 새만금 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 단계에서 대폭 삭감됐다.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에 나서기로 하면서 환경단체들이 주장해온 해수 유통 논란이 재점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새만금 사업은 무엇이고 사업 전면 재검토에 이르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살펴본다.



1. 새만금 사업이란

국책사업인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시에서 부안군까지 33.9㎞에 이르는 방조제를 쌓고,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방조제 안쪽 매립지(291㎢)와 호소(118㎢) 등 간척지를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22조2000억 원 규모다. 새만금 사업은 크게 바닷물을 차단하는 방조제 사업과 간척지 매립 사업, 조성된 토지를 용도에 맞게 개발하기 위한 내부 SOC 사업으로 나뉜다. 방조제는 착공 19년 만인 2010년 4월 27일 완공했다. 내부 개발을 위한 SOC 사업으로는 간선 도로망인 동서·남북도로가 완공됐으며 항만과 고속도로, 철도와 국제공항 사업 등이 진행 중이거나 착공할 예정이다. 현재 새만금 사업은 기본계획에 따라 국제협력용지와 산업·연구, 관광·레저, 농생명, 환경·생태, 배후도시 등 6개 용도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 정권 따라 어떻게 표류했나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부가 1989년 11월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11월 28일 새만금 현지에서 열린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김영삼 정부는 대중국 교두보, 김대중 정부는 환황해경제권 생산교역 물류 전진기지를 만들겠다며 방조제 공사를 이어갔다. 1996년 시화호 사태가 발생하며 새만금 내부 수질오염 문제가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1999년부터 2001년 환경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민관 공동조사가 진행되며 방조제 공사가 중단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새만금 내부 토지개발 기본구상안을 발표하면서 100% 농수산 개발 중심에서 72% 농지 나머지 28%는 산업·관광 등 비농지로 전환했다. 하지만 또다시 환경단체 소송으로 2003년 7월∼2006년 3월까지 공사가 멈췄다가 대법원 판결 이후 재개했다.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자며 산업관광 용지 비율을 70%로 전환했다. 2010년 4월 방조제도 19년 만에 완공됐다. 박근혜 정부인 2013년 국토교통부 산하 새만금개발청 발족과 함께 한중 경협단지 조성 사업을 내세우며 글로벌 경제협력과 자유무역중심지로 새만금 내부 기본계획을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1년 2월 글로벌 신산업중심지로 조성하겠다며 또다시 새만금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등 정권마다 곡절을 겪어 왔다.

3. 주요 SOC 사업에 투자된 예산은

지난 2010년 공사가 완료된 방조제(배수갑문, 통선문 등 포함) 공사에 2조9490억 원이 투입됐다. 새만금 광역 교통망의 가로축과 세로축인 동서·남북도로에 1조5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새만금 어디든 20분 내 이동이 가능하도록 십자(+)형 도로로 조성됐다. 현재 2조404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새만금 고속도로와 2040년까지 2단계에 걸쳐 2조8231억 원이 들어갈 신항만은 공사가 한창이다. 내부 지역을 연결해 주는 연결도로사업(1조554억 원), 새만금국제공항(8077억 원), 새만금항(港) 인입철도사업(1조3282억 원) 등 기타 사업들은 착공하지 않은 상태다.

4. 새만금 사업 재검토 들어간 이유는

전북도는 정부의 새만금 사업 재검토와 2024년 새만금 SOC 관련 예산(6626억 원) 78% 삭감을 잼버리 파행 책임 논란의 여파로 보고 있다. 잼버리 행사를 지렛대로 삼아 새만금 신공항과 고속도로 등 SOC 사업에 예산이 과잉 투자됐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 잼버리 파문 이후 새만금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해 지역 차별이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적정성 검토 후 2025년 말까지 새만금 발전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큰 그림 속에 지속 발전 가능하도록 새만금 관련 계획을 새롭게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5. 국제공항 건설 사업 직격탄 맞나

정부가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을 다시 만들기로 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정부 안)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관련 예산은 국토부 요구액(580억 원)의 11.4%인 6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등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내년 6월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축소되거나,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SOC 가운데 새만금을 관통하는 동서·남북도로는 이미 완공됐고, 전북 전주시로 향하는 고속도로나 새만금항 공사는 본격화됐기 때문에 예산 투입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반면 새만금공항과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개발 기본계획 방향에 따라 사업 규모 등이 축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조차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6. 사업 재수립에 대한 여야 입장은

잼버리 대회가 지난달 부실 운영 논란 끝에 막을 내린 가운데 여야는 정부의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 재수립을 놓고 극명히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새만금 예산 축소가 전북도에 대한 보복성 예산이라는 야당 주장은 가짜 뉴스”라며 “새만금 SOC 사업은 잦은 총사업비 및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인프라 적정성을 검토하고, ‘새만금 기본계획’ 개정을 통해 제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새만금 사업 재검토가 잼버리 파행에 따른 ‘정치 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전북 지역 원로들과 함께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새만금의 가치를 폄하하는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부당하게 삭감된 예산을 회복하는 데 전 도민의 뜻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7. 전북도의회-시민단체 반발…잼버리 파행 책임 전가?

정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이어 기본계획 전면 재수립 방침까지 밝힌 데 대해 전북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달 29일 “전북도를 향한 잼버리 파행 책임에 따른 정치 공세가 도를 넘더니 급기야 새만금 SOC 예산이 난도질을 당했다”며 “정치 공세 중단과 예산 복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새만금 사업은 역대 정부가 34년 동안 국가적 과제로 추진한 초당적 사업으로 특히 새만금공항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국민의힘 지도부도 수차례 약속했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지역 5개 분야 209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국제공항 조기건설추진연합도 지난달 2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북도민의 50년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과 국제공항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8. 다시 고개 드는 수질오염 논란

환경단체들이 주장해 온 새만금 갯벌 보존·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해수 유통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잼버리 과정에서 사업의 불합리한 문제들이 쏟아졌다”며 “사업의 방향성도 잘못이고 경제성도 없으며 갯벌 파괴와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도 산적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해수 유통을 통한 갯벌 복원, 새만금 내·외측 수산업 회복, 매립 면적 축소 등을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여 년 전인 지난 1999년 국무총리실에 새만금 간척 사업 환경 영향 민관 공동조사단 구성 당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땅부터 넓히고 보자는 낡은 토건 사업은 새만금의 분명한 한계라며, 이제라도 새만금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상 해수면 수위는 현행대로 -1.5m를 유지하며 하루 2차례 배수갑문을 개방하고 해수 유통을 하고 있다.

9. 2차전지 등 기업 투자 확대 전망과 과제는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검토하면서 불필요한 SOC 사업에 대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2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친(親)기업적인 사업 재검토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도 부합한다. 2차전지 등 첨단산업은 SOC 사업보다 훨씬 전망이 밝고, 정부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새만금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국내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설계된 것도 일부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새만금 투자 외국 기업은 지방세, 관세 혜택은 물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투자금의 일부를 되돌려받을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도 외국 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 새만금 사업의 과제와 미래는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30년 넘게 추진돼 온 새만금 개발 사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당초 쌀농사를 위해 조성했던 농업 용지의 비중을 줄여 기업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새만금 산업지구에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외 첨단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마트팜과 2차전지 등 생산시설은 신재생에너지에 유리한 새만금의 입지를 살려 태양광·풍력 전력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투입된 비용을 최대한 살리면서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이 결합한 자족형 미래 도시’로 조성하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수질오염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인천과 제주를 모방한 새만금 특별법에 따라 투자자유지역으로 외국 기업들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고 국가식량안보를 위한 새만금 콤비나트 조성도 검토해볼 만한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박팔령
나윤석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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