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를 기록했고, 8월 소비자물가는 3.4% 상승했다고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5일 각각 발표했다. 2분기 성장은 한마디로 ‘무늬만 플러스’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 등으로 민간소비가 0.1% 줄었고, 코로나 지원 중단 등으로 정부 소비도 2.1% 줄었다. 전체 GDP 성장률을 힘겹게 플러스로 돌려놓은 결정적 요인은 순수출 증가다. 수출이 0.9% 감소했으나, 수입이 원유·가스를 중심으로 무려 3.7%나 줄어든 덕분이다. 이런 ‘불황형 저성장’은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85∼90달러로 치솟으며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중국 경제 부진에 따른 하방 압력까지 겹치면서 올해 1.4% 성장률 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심각한 불안 요인은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까지 내려갔으나, 급반등으로 바뀌었다. 폭염·폭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5.4%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도 3.9% 올라 추석 물가를 위협한다. 물가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역시 3.9% 상승,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하반기 들어 지난해 기저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한은의 예측은 이미 빗나가 버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이후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3% 밑으로 내려간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가 유일하다”고 했지만, 그런 자신감도 밑동부터 흔들리게 됐다. 그렇다고 불황형 저성장과 가계부채 리스크를 감안하면 함부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거시경제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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