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골프, 축구에 이어 테니스까지 침투하고 있다.
지난달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차세대 ATP 파이널을 2023년부터 5년 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ATP 파이널은 21세 이하가 출전하는 이벤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WTA 파이널 개최권을 확보하기 위해 WTA투어와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TA 파이널은 세계랭킹 상위 8명이 모여 겨루는 ‘왕중왕전’. 올해 WTA 파이널은 멕시코의 칸쿤에서 10월 29∼11월 5일 열린다. 내년 WTA 파이널 개최지는 확정되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다년 개최권 확보를 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6500억 달러(약 867조 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국부펀드(PIF)를 활용, 전 세계 인기 스포츠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인권유린, 테러 지원 등의 이미지를 스포츠 후원으로 세탁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WTA투어의 제휴 움직임은 그러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 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크리스 에버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존 맥켄로(이상 미국) 등 테니스 슈퍼스타 출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WTA 파이널 개최 추진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여자 메이저대회에서 18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에버트는 SNS에 "WTA는 평등 그 자체이고 지난 50년간 도덕성을 잃지 않았다"면서 "돈을 적게 벌더라도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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