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조선 팰리스 호텔 ‘이타닉 가든’
매년 설렘으로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숭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6월 말, 더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신비, 미황, 수황과 같은 품종의 복숭아가 문을 연 한여름 백도 퍼레이드는, 마도카와 대홍, 천중도 엑셀라 등으로 이어지며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백천황도나 엘바트로 마무리됩니다. 복숭아야말로 여름을 ‘꽉 채우는’ 다채로운 맛의 과일입니다. 단순히 당도만으로 그 만족도를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향과 맛의 섬세한 차이들이 넘쳐흐르는, 가히 신선의 과일이라 불릴 가치가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입맛을 훔친 납작 복숭아 혹은 도넛 복숭아로 알려진 ‘거반도’를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재배에 성공해 최근에는 비싼 가격이지만 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사일이란 늘 하늘의 뜻에 따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지요. 올해처럼 장마 피해가 큰 시즌에는 상품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을 갖추지 못한 과일들 때문에 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피해가 심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생산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조선 팰리스 호텔 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Eatanic garden)’에서 맛본 코스의 끄트머리에 나오는 메인 디저트에 색다른 감동을 느꼈습니다. 워낙 수려한 플레이팅과 섬세한 구성의 맛을 뽑아내는 손종원 셰프의 요리는 물론이고, 팀으로 일하는 소믈리에, 서버들이 전해주는 활기차고 자신감 있는 에너지에 감탄하는 곳이지만, 여름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계절의 코스 완성도는 놀라웠습니다.
그중 납작 복숭아, 거반도를 메인으로 한 디저트를 마주했습니다. 백도의 말간 빛을 더욱 강조하게 만든 루바브 콘소메를 곁들인 이 복숭아 디저트는 방아잎을 더해 그 매력을 끌어올렸습니다. 맛으로도 큰 감동이었지만 손 셰프가 첨언해 준 복숭아 스토리에 또 한 번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이런 큰 업장에서 사용하는 채소나 과일은 보통 상품 또는 특상의 퀄리티를 기준으로 구매를 하곤 하는데, 늘 마르쉐나 생산자와 직접 소통하는 손 셰프는 올해 작황이 어려운 농가에 손을 내밀어 이 복숭아 디저트를 완성하게 됩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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