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emium Life - 패션 브랜드 ‘스튜디오 니콜슨’
재봉사 어머니에 영향받은 런던 출신의 디자이너
日편집숍 디렉터로 근무하며 간결한 스타일 착안
건축가가 건물 디자인하듯 옷의 기반 엄격히 따져
기능적 소재 살리면서 실용성 높은 스타일로 인기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 때는 건축가가 건물을 디자인하듯, 모든 기반을 엄격하게 다지는 데서부터 시작해야죠.” 영국 런던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닉 웨이크먼은 사업가인 아버지와 재봉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웨이크먼이 어릴 때 옷을 직접 만들어 입혔다. 웨이크먼이 성장하면서 두 모녀는 직접 패브릭을 고르고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런던 첼시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젤, 막스앤스펜서 등 글로벌 패션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9년 일본의 편집숍인 ‘빔스 재팬’의 디자인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일본 특유의 건축물과 인테리어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에 기능적인 요소를 살린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 ‘스튜디오 니콜슨’을 2010년 론칭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스튜디오 니콜슨은 컬렉션에서 ‘구조화된 구성’(Modular Wardrobe)을 강조한다. 웨이크먼은 패브릭의 본질을 바탕으로 옷의 구조를 꾸민다. 건축, 인테리어, 음악, 자연 등에서 받은 영감으로 우아하고 기능적인 요소를 더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튜디오 니콜슨은 패셔너블하면서 엘레강스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20∼40대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실용적이면서도 재치 있고 유행을 타지 않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단독 매장을 통해 시즌 테마 및 트렌드를 반영한 남·여성 ‘컬렉션 라인’과 합리적 가격으로 로고플레이를 활용한 ‘엔트리 라인’ 등을 전개한다. 최적화한 소재 및 컬러로 시즌별 단독 라인을 선보이는 한편, 환경을 고려한 리사이클 직물을 사용한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는 등 지속가능성도 실현하고 있다. 헤레우, 선스펠, 글로버올, 자라 등 다른 패션 기업과의 과감한 협업도 서슴지 않는다.

올해 스튜디오 니콜슨의 가을 컬렉션은 ‘밀레니엄’으로 돌아갔다. 여성 프리 컬렉션은 실루엣이 길고 가늘어졌으며 쉽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들로 구성했다.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고, 다양한 신체와 사이즈를 돋보이게 해준다. 신선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조적이고 실용적인 1990년대의 분위기도 엿보인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그런지(Grunge·1990년대 초 유행한 록 음악의 일종) 문화를 연상케 한다. 스커트는 쾌락주의를 연상케 하는 런던의 늦은 밤, 1990년대 음악계에서 유행하던 청 패션을 표현했다.
겨울 컬렉션은 1980년대 후반 독일 베를린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성 메인 컬렉션은 1989년 출시된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롱코트를 입은 펑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컬러는 톤온톤 매칭을 많이 했고, 드레스는 1990년대 초 슬립 드레스와 밀리터리 복장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츠웨어 느낌의 카키색, 블랙 나일론 소재 등을 사용했다. 셔츠는 길고 슬림하게 터틀넥이나 니트를 레이어링해 연출했다.
반면 남성 가을·겨울 컬렉션은 세미하고 포멀한 아이템들이 캐주얼한 무드를 뽐내는 200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영감을 받았다. 구조적이고 신선하며 기능적인 아이템들을 선보이며 ‘광란의 파티’에서나 느낄 법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캐주얼한 아이템과 함께 코디할 수 있는 세미 포멀한 아이템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스튜디오 니콜슨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슈트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패딩 다운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간절기가 길어짐에 따라 더 부드럽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아우터로 탄생했다. 점점 더 계절에 상관없는 시즌리스 아이템들이 출시됨에 따라 단독 착용 또는 레이어링을 통해 다양하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튜디오 니콜슨을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첫 번째 단독 매장을 연 이후 지난 2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추가로 열고 국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스튜디오 니콜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증가했다. 정혜림 비이커 모노 팀장은 “좋은 품질로 현명한 소비를 이끌며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족하는 소재를 중시하는 스튜디오 니콜슨의 철학이 패션을 사랑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며 “브랜드 창립자가 직접 매장 인테리어에 참여하는 등 진정성 있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며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층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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