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6일 진수식을 통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며 선보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디젤 잠수함)의 사진을 본 서방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구형 잠수함인 1800t급(로미오급) 잠수함을 자르고 덧대어 무리하게 10개의 발사관을 설치한 결과, 긴 혹돔처럼 생긴 기이한 3000t급 잠수함이 탄생한 것 같다고 했다. 정상적인 항행이 의문스럽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래서 이 잠수함은 세상에 공개되면서부터 ‘프랑켄슈타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잠수함의 ‘허접함’만으로 북핵 위협을 평가절하해서는 결코 안 되는 처지다. 북한의 주장대로 이 잠수함이 전술핵을 탑재하고 다닌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동아시아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 13일 열린 김정은-블라디미르 푸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머지않아 핵무기를 탑재한 핵추진잠수함(SSBN), 즉 ‘북한판 SSBN’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우리 해군은 그동안 장보고급·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등 신예 잠수함들을 획득하면서 잠수함의 질적 우위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핵무기가 빠진 질적 우위는 ‘팥소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리는 핵무기도 아닌 SSBN을 건조하는 문제를 두고 너무 오랫동안 머뭇거려 왔다. 더는 안 된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급속히 양국이 가까워지는 지금 미국도 더는 한국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 등 권위주의 세력의 거센 해양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오하이오급 SSBN을 대체할 컬럼비아급 SSBN과 로스앤젤레스급 및 버지니아급을 대체할 후속 공격용 핵잠(SSN)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함께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파트너십(AUKUS·오커스)을 통해 호주의 핵잠 보유 및 건조에 협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호주의 잠수함 건조 인프라 부족, 재정 능력, 노조의 반핵운동, 2022년 5월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친중(親中) 성향 등을 종합할 때 이 계획이 순항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비해 한국은 우세한 건조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데다, 북한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헌터킬러 잠수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은 계획을 바꾸거나 기존 계획에 더해 한국과의 핵잠 협력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우리나라가 핵잠을 건조·운용하기 위해서는 건조 능력과 자금력 외에도 잠수함 운용 노하우, 승조원 훈련, 핵폐기물 처리 능력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동맹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미국은 한국의 농축 활동을 제약하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한국이 핵 추진 엔진을 생산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미국은 1988년에 ‘포괄적 동의’를 통해 일본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인정했다. 그 결과, 일본은 아오모리(靑森)현에 세계적 규모의 농축·재처리 시설을 건설했고,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비축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국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의 핵 농축·재처리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4·26 워싱턴선언’이나 한·미·일 안보 공조를 다짐한 ‘8·18 캠프데이비드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한미원자력협력협정 준수’를 워싱턴선언에 명시하기까지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한·미 전략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해군은 현재 진행 중인 ‘장보고Ⅲ 프로젝트’의 배치(Batch)3 잠수함들을 핵 추진함으로 결정하고 건조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