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제공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제공


문은경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학예연구원

지난 15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우리 활옷이 여럿 공개된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The Cleveland Museum of Art) 소장 활옷(사진) 역시 이 중 하나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1916년 개관해 설립 초기부터 한국 문화재 수집을 이어온 한편, 2013년부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독립된 한국실도 운영하고 있다. 1916년 12월 초 작품을 직접 구입하러 한국에 온 클리블랜드 미술관 측은 조선 말기 활옷 세 점을 구입하는데, 여기에 이번에 전시되는 활옷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미술관 이사회 일원이었던 우스터 워너(Worcester Reed Warner·1846∼1929)가 자금을 지원해 구입할 수 있었다.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활옷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깨와 같이 상하기 쉬운 부분은 눈에 띄게 다른 천으로 수선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쉽게 오염되는 목둘레와 소매에는 과장된 모습으로 한지를 덧댔다. 요즘 결혼식을 올릴 때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듯 조선 시대 민간 혼례 때도 활옷을 빌려서 입었다. 왕실의 혼례복에서 유래된 만큼 재료가 값비싸고 제작이 까다로워 쉽게 갖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활옷 역시 여러 신부가 입기 위해 한지를 덧대 오염을 방지하고, 해진 부분은 중간중간 수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결혼이 필수가 아니지만, 당시에는 평생의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였다. 중요한 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활옷의 낡은 흔적은 역으로 활옷을 거친 수많은 신부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며, 그 당시 신부가 가장 선망한 옷이 바로 활옷이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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