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서 기념식
1993년 ‘신경영’선언후 설립
李회장 “시작은 보잘것 없지만
의식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
홍라희 前관장·이재용 회장 참석
용인=글·사진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들의 복지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의 의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6월 ‘신경영’을 선언한 같은 해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하며 이런 심경을 피력했다. 이 회장은 “안내견 사업의 목표는 직접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려 독립된 삶의 의지와 자유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아직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심정으로, 우리는 안내견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내견 분양 사업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모델이 되는 것, 퍼피워킹이라는 자원봉사 위탁 사육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일반 시민들을 안내견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식과 관습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복지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19일 오전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기에 앞서 이 회장의 안내견 사업에 대한 철학을 공개했다. 이 회장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정리한 에세이이지만 발간은 되지 않았던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관계자와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등 안내견의 전 생애와 함께해 온 이들이 함께했다. 또 ‘먼 훗날’을 내다보고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 등 성과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며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로 성장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 체험 행사 등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념식에 참석한 윌리엄 손튼 IGDF 회장은 삼성의 30년에 걸친 노력을 평가하는 감사패를 전달하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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