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검찰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배임)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제3자뇌물)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고 했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7월 18일에는 민주당 의원 168명 전원 명의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따라서 부결은 국민 약속 뒤집기의 방탄이 맞지만, 가결은 분열이 아니라 대국민 약속 이행이다. 조응천 의원이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어쨌든 그간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 방탄 국회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실상을 잘 보여준다.

우선,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멈춰 서고 극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의 탈출구로 느닷없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비리 검사 탄핵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과는 상관없는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해 다수당의 권력으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결사 옹위하는 것은 최악의 권력 남용이고 의회 파괴 행위다.

둘째, 민주당은 방탄 국회 비난을 피하기 위해 포퓰리즘 입법 카드를 꺼내든다. 자신들의 집권 때에는 추진하지 않았던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자신들의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도구로 입법권을 악용하고 있다.

셋째, 걸핏하면 대통령 탄핵을 들먹이고, 장관 해임건의안, 비리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 7일 차를 맞으면서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런데 누구를 끌어내려야 진정한 법치 민주주의가 실현될까?

민주당의 입법권과 탄핵권 남용의 모든 행태는 오직 ‘이재명 대표 방탄’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더는 이 대표의 개인 비리 혐의 때문에 국정이 왜곡되고, 의정이 중단돼선 안 된다. 무너지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시작은 민주당이 방탄 국회에서 벗어나고,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불체포특권 포기를 지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3대 민심 지표인 정당 지지도, 정당 호감도, 당 대표 호감도 등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8월 5주 조사(29∼31일)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27%로 국민의힘(34%)보다 훨씬 낮았다. 9월 2주 조사(12∼14일)에서 이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29%, 비호감도는 61%였다. 이런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은 바른길이 아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하책일 뿐이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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