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민의 Deep Read - 이재명과 민주당 진로
李 “검찰 독재 폭주” 병상 메시지로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 민주, 대표 사법 리스크 늪에
친명-비명 분열과 총선 패배 ‘새드 엔딩’ 예고… 李의 ‘실존적 결단 = 사퇴’가 黨 살리는 길

원내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평균적 시선은 거칠고, 여론조사 지표들은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말하고 있다. 친명 진영이 ‘이재명 체제 고수’에 집착하는 한 민주당의 분열과 총선 패배 가능성은 커진다.

◇‘특권 포기’라는 거짓말
이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썼다.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하루 전 시점이다. 장기간 단식하다 입원한 이 대표의 느닷없는 이 말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내에 강하게 요청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수차례 체포동의안의 ‘부당성’이 강조된 건 민주당이 특권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정당한 영장청구’를 내세웠던 것을 의식한 표현이다.
침묵의 단식을 끝내며 튀어나온 이 글은 내년 22대 총선까지는 물론 차기 대선까지 겨냥해 이재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피의 다짐’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응천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직접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고 얘기하면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가결돼도 반란표가 아니니 분열이라는 게 있을 수 없고, 부결되면 대표의 알리바이는 된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김한규 원내 대변인은 ‘정당한’의 기준을 ‘국민 눈높이’라고 설명했는데, 어차피 각자가 생각하는 ‘국민’이 다르므로 특권 포기의 조건도 이현령비현령식의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거짓말이 됐다.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요구’, 민주당의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휴지 조각이 됐다. 돌이켜보면 대선 패배 후 3개월도 안 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나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막지 못한 순간 민주당은 궤도를 이탈해 탈선한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늪으로 당 전체가 빨려 들어갔다.
◇예정된 결론
모든 드라마는 끝이 있다. ‘민주당 드라마’도 끝을 향하고 있다. 해피(happy) 엔딩일까 새드(sad) 엔딩일까. 친명의 시나리오는 ①이재명 체제로 총선 치른다 ②불가능하다면 ‘친명 비대위’로 전환한다 ③둘 다 어렵다면 분당도 불사한다는 것으로 나뉜다. 반면 비명은 ①(모두가 동의하는) ‘통합 비대위’는 수용할 수 있다 ②‘이재명 체제’를 고집한다면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킨다 ③둘 다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탈당한다는 시나리오를 갖는다.
친명의 ②번 시나리오와 비명의 ①번 시나리오가 충돌하면 (비대위원장과 공천 지분 조정으로) 쉽진 않겠지만 타협될 것이다. 지난번 1차 체포동의안 표결의 경고를 이재명 대표와 친명은 무시했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요구’의 퍼포먼스로 ‘지연작전’만 썼다. 그러다가 친명의 ①번 시나리오와 비명의 ②번 시나리오가 정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그사이 이 대표의 대응전략도 애초의 ‘불구속 기소’에서 ①체포동의안 부결이나 ②영장실질심사 기각 중에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의 ‘입’은 ②번이었지만 ‘발’은 ①번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고 선언했었다. 검찰 조사 후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말도 반복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히 나가서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고 기각을 받아냈어야 하지만, 그의 발이 향한 곳은 체포를 면하기 위한 단식장이었다.
◇‘새드 엔딩’ 예감
정치든 경제든 안보든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민주당 구성원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검찰과 법원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일일 것이다. 그럴 바에는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긴 단식을 통한 대정부 항의, 친명 그룹과 열성 지지자들의 전방위적 부결 압박 등에 힘입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비명을 향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대신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통에 위기를 자초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앞으로 ①이재명 체제로 (친명과 비명이) 똘똘 뭉쳐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은 5% 정도다.(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 ②이재명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은 35%다.(가능성이 제법 있다는 의미) ③비대위 전환에 실패하고 분열할 가능성은 60%다.(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와 관계없이 민주당에 던져진 본질적 질문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매우 인색한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권자가 민주당을 더 나은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 호감도, 당 대표 리더십 평가, 야당 역할 평가 등 모든 지표가 그걸 말해준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는 2020년 50%에서 ‘4·7 재·보선’이 있었던 2021년 4월 30%대로 하락한 후 현재까지 답보 중이다. 이 대표 리더십 평가도 그 수준에 머무른다. ‘이재명 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힘든 징표들이다.
◇이재명의 결단
이 대표가 존경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첫 번째고, 그다음이 원칙 있는 패배, 최악이 원칙 없는 패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반칙’과 ‘특권’으로 ‘원칙 없는 승리’를 얻으려다 ‘원칙 없는 패배’의 길로 가고 있다.
민주당의 분열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결단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 할 수가 없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서 누구보다 가장 큰소리로 ‘박근혜 하야’와 ‘탄핵’을 주장했던 이 대표의 실존적 결단만이 민주당을 살릴 수 있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체포동의안’은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국회에 동의를 구하는 것. ‘영장실질심사’란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피의자를 불러 직접 심문한 뒤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월 19일 국회 연설 때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한 선언. 이 대표는 이날 원고에 없던 내용을 깜짝 선언.
■ 세줄 요약
‘특권 포기’ 거짓말 :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 하루 전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달라”며 ‘부결’을 주문하는 글 올려. 이는 ‘특권 포기’ 약속 뒤집은 것. 민주당 전체가 사법 리스크 늪에 빨려 들어가.
예정된 결론 : 친명의 ‘이재명 대표 체제 고수’는 예정된 결론. 체포동의안의 국회 처리 결과와는 관계없이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 이는 비명의 반발을 불러 당은 분열의 원심력이 커지는 형국.
‘새드 엔딩’ 예감 : 체포동의안 처리 전이나 후나 민주당에 던져진 본질적 질문은 달라지지 않음. ‘이재명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라는 것. 이 대표의 실존적 결단만이 당의 분열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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