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폴란드 서부에 있는 한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레오파르트2 전차 훈련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월 13일 폴란드 서부에 있는 한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레오파르트2 전차 훈련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왔던 폴란드가 더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양국 갈등이 계속 깊어지면서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리는 이제 더 현대적인 무기로 폴란드를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수출 항로가 막히자 인접 동유럽·중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육로와 수로를 통한 곡물 수출량을 늘렸다. 이로 인해 현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EU는 지난 5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5개국에 한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직접 수입을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게 했다.

해당 조치는 지난 15일 만료됐으나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자국 농민 보호를 명분으로 금수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강력히 반발하며 이들 국가를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폴란드 등의 곡물 수출 금지를 두고 “유럽에서 우리의 친구 중 일부는 정치적 연극으로 결속해 러시아가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바실 즈바리치 주바르샤바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물에 가라앉는 사람은 구조자도 익사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폴란드에서 내달 총선이 치러지는 것도 폴란드 정부가 ‘발끈’한 이유이다.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은 농촌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 곡물 수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폴란드는 전쟁이 시작된 후 자국이 보유하고 있던 구 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미그-29 14대, T-72 전차 200여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됐다. 또 레오파르트 2 등 자국이 보유한 서방 무기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무기를 미국, 한국 등 서방 무기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에서 M1A1 전차,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한국에서 FA-50,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일단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은 새로 구입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폴란드가 무기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는 점에서 양국 갈등 격화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는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폴란드를 통해 수송된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한 경험이 없는 서방 무기가 공급될 때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도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 명 이상이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다.

조성진 기자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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