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에 거슬려 아니꼬운 상황이면 ‘배알이 뒤틀린다’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에 쓰인 배알은 줄여서 ‘밸’이라고도 하는데 창자를 낮춰 부르는 말로도 쓰이고 속마음이나 배짱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인다. 배알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첫 번째일 테고 나머지는 여기에서 파생돼 비유적인 표현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배알의 뜻을 캐기 위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의외로 ‘뱃살’과 만나게 된다.

‘배알’의 두 번째 음절은 15세기 문헌에선 첫소리에 반치음(ㅿ)이 확인되고 끝소리에 ‘ㅎ’이 확인된다. 이는 ‘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살’과 ‘고기’가 합쳐진 말이 ‘살코기’로 나타나는 이유는 ‘살’이 과거에 끝소리로 ‘ㅎ’을 가졌기 때문이다. 첫소리 ‘ㅅ’은 ‘배’와 결합되면서 반치음으로 바뀐 것일 테니 결국 배알은 뱃속에 있는 살이었음을 알 수 있다. 창자를 왜 뱃속에 있는 살이라 했을지는 조상님들에게 여쭤봐야 할 테지만 과거엔 오늘날의 ‘뱃살’이 문제가 되던 시기가 아니었으니 문제 될 일은 없다.

‘뱃살’은 단어의 구성만 따지면 배에 있는 살이어야 하겠지만 오늘날에는 좀 더 특별한 용법으로 사용된다. 즉, 단순히 특정 부위의 살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배 부위에 찐 살을 가리킨다. 이 살은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긴 살이니 전혀 반갑지 않은 살이기도 하다.

의사들은 뱃살이 찌는 것도 안 좋지만 배알이 찌는 것은 더 안 좋다고 말한다. 배알이 찌는 것은 창자에 필요 이상의 살이 찌는 것이니 곧 내장비만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 어차피 배알, 즉 창자를 지나야 하지만 소화가 잘되고 배변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이 길이 널찍하고 장애물도 없어야 한다. 배알이든 뱃살이든 필요 이상이라면 스스로에게 배알이 뒤틀릴 텐데 화를 내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없애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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