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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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론 “우크라 지원 할만큼 했다” 과반
바이든-젤렌스키, 백악관 회담으로 ‘정면 돌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피로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언론에 공개된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주요 7개국(G7) 및 다른 파트너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장기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공식화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당장은 해주기 어려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양국은 정말로 진정한 동맹”이라며 미국의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지난 1년 7개월 여간 계속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피로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미국이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돕는 측면에서 “충분히 지원했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이 더 많이 지원하길 희망한다”는 응답은 48%에 그쳤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이날 워싱턴 의사당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하는 미국 의원들의 태도는 지난해 12월 상·하원 합동 연설 무대까지 만들어 주며 영웅시했던 때와는 상이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한 것은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을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환영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한 배를 탄 바이든 대통령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다.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IfW)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또는 의회 차원에서 결정한 지원액을 기준으로 합산한 결과, 미국은 개전 이후 총 750억 달러(약 100조 원) 이상의 대(對) 우크라이나 군사적, 재정적 및 인도적 지원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외교협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개전 이후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총 768억 달러(약 103조 원)의 지원을 했고, 그 가운데 61%가 군사 지원이었다고 소개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득표 요인도 감표 요인도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제 와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이 아닌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청한 이유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의회와 여론을 상대로 지원을 호소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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