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의사실 공표" 주장하지만, 국회법 규정된 장관 의무
박범계·추미애도 혐의 설명…당시 민주당 ‘피의사실 공표’ 주장 안 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를 설명한 것을 두고 민주당에선 ‘피의사실 공표’라고 공세를 펼치지만 법조계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국회법이 규정한 장관의 의무란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민주당 주장대로 혐의 설명도 없이 표결을 하는 것은 되레 당사자만 보고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깜깜이 투표’란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과거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똑같이 체포동의안 표결 전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설명했다.
2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한 장관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구속 필요성·범죄 혐의를 설명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피의사실를 공표했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현해 "한 장관은 증거를 다 설명하지 않았냐. 그것은 유죄 심증을 주기 위한 것으로 검사들의 대표자로서 단순히 설명하는 정도를 넘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BBS 라디오에 출현해 "한 장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선입견을 주고 재판을 하려고 한다"며 "월권 행위이자 헌법적 원칙에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날 체포동의안 투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장관이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내용을 자꾸 공개하느냐. 편법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한다(양이원영 의원)", "뭘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하냐(장경태 의원)"며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피의사실 공표 제지를 요구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전 민주당)도 "지금 뭐하는 겁니까. 사실 요지(要旨)만 이야기하면 되는데 왜 다 얘기하고 있느냐"고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이 피의사실 공표를 외치며 한 장관에 고함을 치자 구속 필요성 설명 절차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장과 달리 법조계에선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 표결 당사자의 범죄 혐의를 설명하는 것은 법이 규정한 의무란 지적이다. 국회법 제93조에 따르면,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땐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체포동의안의 경우엔 제안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히려 범죄 혐의도 듣지 않고 깜깜이식으로 체포동의 여부를 투표하는 게 문제"라며 "어떤 혐의가 있는지 듣지도 않고 표결 당사자가 누군지만 보고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들도 모두 한 장관과 똑같이 당사자들의 범죄 혐의를 설명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10월 민주당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 "정 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기부 행위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회계보고서 제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전화 번호 수집 등을 이유로 청주지검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1년 4월 이상직 전 의원(당시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전주지검은 2021년 4월 9일 이 의원에 대해 이스타 항공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회사에 재산적 손해를 입게 했다는 취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은 추 전 장관·박 전 장관의 설명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란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의 피의사실 공표 주장은 이 대표 가결의 정당성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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