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大 건강작물 연구결과 소개… 식의약 확대·농가 소득 기여
쑥부쟁이
6주간 하루 2g씩 추출물 복용
알레르기 증상 개선 효과 확인
강황
저온 건조로 10종 물질 분리
간 건강·체지방 개선 등 효능
미나리
장내 항산화 효소 증가 효과
염증에 의한 대장 손상 줄여
팥순
체지방 감소에 뛰어난 효능
체중 줄이고 근육증가 확인
오디
동결 건조분말 소화에 특효
위장관 촉진 양약 대체 기대
귀리
껍질,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
골다공증 완화 입증 특허 출원
“이번 추석에는 오디로 위 건강을, 강황으로 간 건강 챙기세요.”
국산 농산물들이 우리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며 부작용 우려가 컸던 일부 양약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 산업 확대는 물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농촌진흥청은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우수한 기능성을 갖춘 6대 작물을 소개했다. 농진청은 이전부터 잘 알려진 기능이 아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작물들의 성분과 이들이 우리 체내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① 오디는 소화·위장관에 특효약 = 농진청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소화·위장관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동결건조 오디 분말을 투여한 후 위장관 이송률과 위장관 평활근 수축력을 측정해 소화·위장관 운동 기능 효과를 확인했다. 오디의 이 같은 기능은 기존 장폐색 등 다양한 위장관 운동 저해 상황에서 널리 사용되던 촉진제 ‘시사프라이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시사프라이드는 대표적 위장관 운동 촉진제로 개복수술 환자 등에게 처방됐지만 심장 부정맥 등 부작용이 밝혀져 판매가 중단됐다.
농진청은 연구 과정에서 위장관 운동 기능을 떨어뜨린 장폐색 쥐에 동결건조 오디 분말(1g/㎏)을 투여했을 때 위장관 이송률이 82.4% 높아진 사실을 확인하는 등 오디의 우수성을 규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됐고, 이 기술은 특허 출원도 완료된 상태다. 농진청은 오디의 이 같은 효능을 활용해 발효주, 음료, 디저트 등의 제품화 기술을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11건(재계약 포함), 77개 업체에 기술이전 및 2억5200만 원의 실시료를 기록하고 있다.
② 다이어트 효과 뛰어난 팥순 = 팥순은 체지방 감소 효능이 뛰어나다. 농진청은 팥 종자를 싹 틔워 키운 팥순 추출물에 체지방 감소 효능이 있음을 확인하고, 핵심 기능성 물질이 ‘아주키사포닌 II’임을 밝혔다. 아주키사포닌 II는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팥 종자보다 팥순에 다량 함유돼 있다. 농진청은 지방세포에 독성이 없는 농도로 팥순 추출물을 처리했을 때 무처리군에 비해 지방 형성이 약 36%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동물실험에서는 팥순 추출물을 10주간 섭취한 실험용 쥐의 체중이 약 14%, 체지방량이 약 25% 감소했으며 근육량은 약 10%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농진청은 팥순 추출물의 체지방 감소 효능을 밝힌 연구 결과를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에 기술 이전하고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허가추진 등 다양한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참선진녹즙은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2021년 비만 억제 음료 개발에 총 1억2500만 원을 투자해 제품화에 성공, 해당 팥순 음료의 매출액은 누적 10억 원을 달성한 상태다.
③ 국내산 미나리는 대장염 개선에 탁월 = 농진청은 국내산 미나리가 대장염 관련 지표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미나리는 퀘르세틴, 클로로젠산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돼 숙취 해소, 면역 강화, 염증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이 미나리 추출물을 분석한 결과, 항염증 효과가 입증된 클로로젠산, 페룰로일퀴닉산, 루틴 등 페놀화합물이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대장염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 2주간 미나리 추출물을 200㎎/㎏(체중 ㎏당 최대 200㎎) 먹인 결과, 장내 항산화 효소가 60%까지 늘었고 염증 물질이 33% 덜 생성됐다. 이에 따라 염증에 의한 대장 손상도 25% 줄었고, 장내 미생물도 정상 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 역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고, 특허출원도 마무리된 상태다.
④ 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슈퍼푸드’ 귀리 = 귀리 껍질은 여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농진청은 귀리 껍질이 골다공증 완화와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최초로 구명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귀리는 베타글루칸, 아베나코사이드, 아베난스라마이드 등의 기능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귀리의 건강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국내 생산과 소비도 늘고 있지만 귀리의 40%를 차지하는 껍질은 가공 후 대부분 사료로 이용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연구진은 유방암 세포에 국내 개발 품종인 ‘삼한’ 귀리 껍질 추출물을 처리했을 때 세포 독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에스트로겐 활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는 감소했는데, 이 수용체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유방암을 유발한다. 농진청 작물기초기반과에서는 “이번 연구는 귀리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버려지던 껍질을 활용해 새로운 기능성 제품을 재탄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⑤ 전통적 소화·간 기능 강화제 강황 = 강황은 전통적으로 소화와 간 기능을 돕고, 관절염 통증을 완화하며, 월경을 조절하며, 습진과 상처 치유를 위해 피부에 직접 적용되는 한약재로 사용돼 왔다. 최근 강황 성분인 커큐민, 데메톡시커큐민 및 비스데메톡시커큐민을 포함하는 커큐미노이드에 대한 건강상 이점이 알려지며, 강황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주로 아열대기후에서 여러 해 동안 재배되는 수입 강황과 다르게 국산 강황은 국내 기후에서는 월동이 불가능하여 1년만 재배하여 수확한다. 이에 국산 강황은 수입 강황 대비 커큐민 함량이 낮고 인건비는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입 강황은 정확히 몇 해 재배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전 세계 50여 종이 보고된 강황속(Curcuma) 식물 중 정확한 기원이 불분명하다.
이에 농진청은 강황을 추출하고 건조할 때 낮은 온도를 적용해 열에 약한 강황 성분의 함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원료 제조법을 제시해 제조된 원료에서 10종의 물질을 분리하고 간 건강과 체지방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커큐민보다 비스데메톡시커큐민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내면서 새로운 기능성분을 확립했다.
⑥ 쑥부쟁이는 알레르기 증상 완화 약제 대안 = 알레르기는 치료를 위해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및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요법이 주로 이뤄지는데,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주는 효과는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 개선책으론 한계가 있다. 농진청은 국산 농산물 100여 종을 대상으로 생리활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알레르기 등 면역과민반응에 효능이 우수한 쑥부쟁이를 발굴, 알레르기 증상 완화 효능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알레르기 유발 동물에 쑥부쟁이 추출물을 섭취케 해 확인한 결과, 혈중 알레르기 지표인 염증유발 사이토카인(IL-4)과 염증물질(histamine)이 각각 76%, 75%로 크게 감소된 것을 파악했다. 임상시험에서도 연중 알레르기 코 결막염 및 기타 알레르기 증상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 48명에게 6주간 추출물을 1일 2g씩 복용하게 해 미세먼지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알레르기(비염) 등의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에 게재됐고, 쑥부쟁이 지표성분 분석기술은 산업재산권으로 등록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6개 작물뿐만 아니라 여러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기능성원료 국산화,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입대체 국산 기능성식품 소재 개발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 가능하며, 식품 연관 산업 발전과 해외 수출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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