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희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학예연구원
붉게 단풍이 물드는 계절,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붉은 활옷이 만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시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에서는 총 9점의 활옷을 선보이며, 오늘은 그 중 미국 필드박물관 소장 활옷을 소개하려 한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필드박물관은 1899년 독일인 수집가 움라우프(J.F.G.Umlauff, 1833∼1889) 측으로부터 570여 점에 이르는 한국 컬렉션을 구입하였다. 이때 활옷을 포함한 복식, 생활 도구, 공예품, 무기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문화재가 거래되었다. 필드박물관에서는 총 5점의 활옷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2점의 활옷이 공개된다.
붉은 비단에 각종 복된 무늬를 장식한 활옷은 자수 복식 중에서도 가장 화려함을 자랑한다. 한데 모아보면 생김새가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만든 이의 정성과 손길이 제각각 다르듯 활옷마다 자수의 유형이나 구성에 차이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활옷(사진)은 필드박물관 소장 활옷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 봉황이 표현되어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새끼를 여럿 거느린 봉황 한 쌍을 앞길 하단, 양 소매의 한삼에 모두 넣어 총 40마리의 봉황을 볼 수 있다. 금실 좋은 부모 아래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활옷의 자수는 옷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적 기능과 더불어 신랑 신부를 위한 길상적 염원을 구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활옷은 부부의 화합을 상징하는 꽃과 나비, 한 쌍의 새를 강조하여 넣기도 하고, 어떤 활옷은 장수를 비는 복숭아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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