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뒤 더불어민주당 상황은 민주당이 ‘국가 보호를 받을 요건’(헌법 제8조)을 충족하는지 의문까지 들게 할 정도다. 헌법 보호를 받는 공당(公黨)이기 위해선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제2항)이어야 하는 것이 대전제이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해산’(제4항)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헌법적 의무(제46조 2항)인 ‘양심에 따른 직무’의 대표적 사례인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를 공개하라고 공공연히 압박하고, 가결 표를 행사한 의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선다. 이 대표 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하라는 모양새로 가결 투표 고백이나 거짓말 사이의 택일을 강요한다. 민주적 활동·조직이라고 보기 힘든 행태다.

26일로 예정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도 심각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영장 기각 100만 서명 운동’을 벌이고, 김의겸 의원은 유 판사가 한동훈 법무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가짜뉴스까지 유포하다가 들통이 났다. 유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경우에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를 암시하는 형태로 겁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행태다. 유 판사는 이런 위협이나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고, 오직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판사도 인간인 만큼 위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대표 영장심사 당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소속 의원들을 압박하는 일이다. 비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사표는 즉시 받아들이더니 사퇴를 표명한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은 반려했다. 새 원내대표 후보 4명도 친명 일색이다. ‘이재명의 당’을 넘어 이제는 ‘이재명 1인 정당’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민주적 내부 질서 유지 의무(정당법 제29조)에 역주행한다. 재판에서도 자백이 나온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도 정당법 제50조를 짓밟는 행태다. 명분 없이 지역구를 주고 받은 송영길 전 대표와 이 대표와의 정치적 거래 의혹도 재조명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지지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헌법 보호와 국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정당인지에 대한 사법적 의문도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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