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내각·국회… 윤 정권 이끄는 ‘핵심 인사’ 분석해보니

자타공인 최측근 한동훈·판사 출신 이상민 ‘내각 양날개’
김대기·조태용·이관섭·김태효 등 정치인 배제한 대통령실
관료 출신 중용… 경험·업무능력 토대 ‘균형 국정’ 추진
‘윤핵관’ 후퇴후 국힘 사무총장 이철규 의원 ‘여의도 원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권력 지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인수위원회 시절만 해도 이른바 ‘윤핵관’이 정치권력의 핵심이었으나 지금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용산-내각-여의도’ 삼각편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권력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복수의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특정인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을 상당히 경계한다”며 “과거 정권처럼 ‘문고리 권력’이란 말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인에게 권력 쏠림 현상은 없다지만,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사람이다 보니 과거에 인연을 맺어 검증된 인사, 정치에 입문한 후 마음이 잘 통하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지 않겠냐”며 “윤 대통령의 측근들을 보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향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기능형 참모’와 ‘삼비(3명의 비서관)’가 핵심=대통령실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전문성을 지닌 ‘기능형 참모들’이 핵심 인사들이다. 이 중 대통령이 가장 많이 자주 만나는 ‘투톱’은 김 비서실장과 조 안보실장이다. 두 사람은 서울 경기고 동창, 서울대 출신이다.

김 비서실장은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기획예산처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지냈다. 역대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은 대부분 ‘정치인’이었으나, 윤 대통령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김 비서실장을 발탁했다. 역대 대통령은 힘이 강한 정권 초기,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 과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非)정치인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작용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정치인 비위 수사 경험’이 많다는 점, 앞선 문 정부에서 ‘운동권 정치인’을 주축으로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반작용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친구인 김성한 안보실장의 후임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윤 정부 초대 주미 대사를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1차장,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이력도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정치색이 옅은 관료 출신들을 중용해 그들의 풍부한 관료적 경험과 뛰어난 업무 능력을 토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인사 철학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용산의 또 다른 핵심인 이 수석과 김 차장은 각각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성균관대 교수 출신이다. 이 수석은 문 정부에서 신고리원전 영구 중단에 반대했다가 임기를 절반 남긴 상태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 수석을 용산으로 불러들인 후에는 국정기획 파트에 홍보수석실에 있던 국정홍보비서관을 추가로 편제, 이 수석에게 ‘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힘을 실어줬다. ‘외교·안보 실세’로 불리는 김 차장은 현 정부의 한·미·일 동맹 강화를 설계하고 추진한 주역이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메시지 초안도 김 차장이 작성하는데, 윤 대통령이 보고받는 여러 메시지 초안 중 김 차장의 메시지에 대한 ‘잔소리’가 가장 적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통령실 안에는 ‘삼비’로 불리는 세 명의 실세 비서관도 있다. 바로 검사 출신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이다. 특히 이 공직기강비서관과 주 비서관은 수석비서관이 따로 없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직보 라인’이다. 이 공직기강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당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주 비서관은 2011년,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일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함께했다. 주 비서관은 문 정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맡아 좌천됐고, 이때 검사복을 벗었다. 이 인사비서관은 1980년생 43세로 ‘윤석열 키즈’의 막내 라인이다.

◇내각 핵심 한동훈·이상민·박민식…여의도 핵심은 이철규=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타 공인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사법연수원에서 최고 실력만 갈 수 있다는 서울중앙지검에 초임 근무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과 대검 중수부 때부터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 장관을 수사 핵심인 3차장검사, 검찰총장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임명해 지근 거리에 뒀다. 한 장관은 대검 시절 조국 수사를 주도해 좌천됐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주변에 “법무부 장관은 내가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다”며 일찍이 한 장관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직속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이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취임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강했는데, 이 장관을 행안부로 보낸 건 그만큼 믿음과 신뢰가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 정부에서 역점 사업으로 띄운 보훈 행정의 수장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윤 대통령의 믿음에 보답하는 ‘믿을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 장관도 검사 출신으로, 2006년 검찰에 사표를 냈다. 당시 대검 검사이던 윤 대통령은 서로 이름 정도만 아는 박 장관을 청사 앞 식당으로 불러내 “박 검사는 변호사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직을 만류했다고 한다.

여당에선 ‘윤핵관 그룹’의 분화로 사실상 윤핵관이란 표현이 사라진 상태다. 올해 초 전당대회 레이스 당시 윤핵관 ‘맏형’이라 불리던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중에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밀어주는 일명 ‘김장연대’가 만들어졌는데, 이때 권 의원이 갑자기 당 대표 도전의 뜻을 접어 화제가 됐다. 윤핵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윤 대통령 의중에 윤핵관이 부응한 셈이다.

윤핵관 2선 후퇴 후 이철규 의원이 사실상 ‘원톱’으로 올라섰다는 것이 여권 내 반응이다. 이 의원은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직을 거머쥐었다.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지는 핵심 직책이다. 아울러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 의원이 발언하고, 용산이 받아주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되면서 이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윤 대통령의 여의도 복심은 이 의원”이라며 “이 의원은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고,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읽는 직통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박성민 의원도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내년 총선을 책임질 국민의힘 싱크탱크를 이끄는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핵심 인사로 손꼽힌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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