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1야당대표 첫 영장 심사
“심경 어떠냐” 질문에 묵묵부답
거동 불편에도 직접 법원 출석
지지자 “李는 죄가 없다” 시위
검사 8명 투입 영장발부 강조
李측은 판사출신 등 6명 참여
‘증거인멸’ 놓고 치열한 공방

26일 오전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기간 단식 여파로 지팡이를 짚고, 혐의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실질심사에서 혐의 소명 여부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차에서 내린 뒤 ‘국회’ 마크가 찍힌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였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떠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 전 검찰에 전략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실질심사 연기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연기할 경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출석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제대로 거동을 못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실질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비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이승엽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 변호사 등 6명이 변호인으로 동행했다. 김·이 변호사는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도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검찰 측에서는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 공주지청장을 포함해 8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인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도주 염려 등을 모두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 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준비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구성한 혐의 사실이 모두 진술·정황에만 의존했다는 주장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이 대표 도착 2시간여 전부터 지지자·반대자 등 20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지만 양측 간 충돌은 없었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차량을 기다리며 “이재명은 죄가 없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정적 제거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반대편에서는 자유대한호국단과 애국순찰팀 회원 등이 ‘피의자 이재명이 몸통이다’ ‘이재명 구속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구속” “전부 구속” 등을 외쳤다.
정선형·김무연·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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