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서 현역 민주당 의원과 경쟁 양상…추미애 움직임도 관심
당 일각 "역사의 퇴행…與와 맞서지 않고 텃밭서 자중지란 일으켜" 비판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주름잡던 ‘올드보이’들이 ‘귀환’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정에서 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다 불출마·낙선·탈당 등 이유로 여의도를 떠났던 이들은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정치 일선에 복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역 의원과 신경전도 불사하고 있다.
3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지원(81)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초 해남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는 주중에는 서울에서 방송에 출연하거나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주말에 지역구를 훑는 ‘금귀월래’ 스케줄로 5선 도전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윤재갑 민주당 의원이다.
역시 4선 의원 출신으로 17대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70) 전 통일부 장관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병과 전북 남원·임실·순창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만약 전주병에 출마할 경우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재선의 김성주 민주당 의원과는 세 번째 맞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정 전 장관이, 21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6선 의원 출신의 천정배(69) 전 법무부 장관은 광주 서구을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던 양향자 의원은 탈당해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공석이 된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을 공모했는데 천 전 장관 외에도 김경만 의원,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이남재 전 광주시 정무수석 등이 나섰다. 당은 총선 때까지 위원장 선출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5선 의원을 지낸 이종걸(66) 전 의원은 최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할 뜻을 지인들에게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종로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잠재적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과거 자신이 당선됐던 적이 있고,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단체장으로 있는 서울 성동갑 출마설도 나온다. 이 지역 현역의원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때 국민의힘의 텃밭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기로 결정된 상황이다.
최근 SNS에 현안 관련 입장 표명이 부쩍 잦아진 추미애(65) 전 법무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지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자신이 내리 5선을 지낸 서울 광진을(현역 고민정 민주당 의원) 또는 광진갑(전혜숙 민주당 의원)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3선의 전병헌(65) 전 의원도 과거 지역구인 동작갑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된 전 전 의원은 이 지역 현역인 김병기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의도 복귀에 사력을 다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 시대에 역할을 한 분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후배들에 물러나 주는 것이 도리"라며 "다시, 그것도 당의 텃밭으로 되돌아오려고 시도하는 건 역사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당의 큰 어른들이 격전지에서 국민의힘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같은당 의원의 지역구를 뺏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것은 문제"라며 "총선이 임박했을때 당의 분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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