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합니다 - 강우현 탐나라공화국 대표
처음부터 번듯한 땅도 아니었다. 뭐든지 시작하면 대충하는 법이 없으니 일단 땅부터 파보기로 했다. 물도 나무도 없는 황무지에 돌무더기를 쌓아 올리기 시작하여 10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남들이 필요 없다고 버린 것들이 그의 손길을 거치면 보란 듯이 훌륭하게 재탄생한다. 골프장에서 갈아엎어 버리는 잔디가 그랬고, 조선시대 건축물이 불타서 재사용이 불가능한 기둥과 기와도 다시 살려냈다. 힘들게 땅을 파다가 계속 바위 덩어리만 나오자 엉뚱한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커다랗게 동그란 점 하나 찍었더니 용이 되었다. 화룡점정이다.
그런데 누워 있으니 와룡이다. 그래서 탐나라공화국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용이 땅속에 휘돌아 웅크리고 있다. 게다가 절간으로 가야 할 커다란 종인데 못 쓰게 되니까 모셔왔다. 그러고는 희망의 종으로 탄생했다. 종은 아무나 가서 그냥 치면 된다. 중문단지에서 흉물로 버려지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정문에 세워두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풍력발전기 날개인 줄도 모른다. 깨진 접시들조차도 그곳에 가면 아주 멋지게 재탄생된다.
중국의 저명한 옛날 학자 노자도 이야기 속에 넣었다. 중국에서는 자기들의 현자를 모셔주니 이것저것 노자와 관련된 자료들을 기증해 주었단다. 디지털 시대에 남들이 휴지 조각으로 버리는 책을 부지런히 긁어모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도서관이 탄생했다. 튀어나온 바위가 성가셔서 깨부수지 않고 그대로 건물을 지었다. 건물 안으로 튀어나온 바위 옆에 모아진 책을 그냥 가지런히 쌓아두고 우연히 옆에서 보니 마치 인디언 추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닮고 싶은 스승, 큰 바위 얼굴이 보인다. 새로운 명소가 탄생한 것이다. 유채꽃을 잔뜩 심어놓고 노랑축제를 벌였다. 역시 몸 어딘가에 노란색만 걸치면 무료입장을 시켰다. 하긴 그때는 ‘개국’을 하지 않아 입장료도 없었다. 그런데 무료입장이라는 타이틀을 걸어 놓았던 것이다. 엉뚱한 것이 그냥 상상 그 자체다.
강우현 대표는 홍익대 미대를 나와 처음에는 미술과 관련된 일을 했다. 2001년 남이섬 대표이사로 유원지를 국제관광지로 부각시키면서 환경과 관광, 사회 및 예술문화 전반에서 활동하다가 2014년부터 제주 황무지에 자유와 창조상상을 실현시킬 특별한 나라를 세우고 가꾸어가는 멀티 아티스트이다.
일찍이 남이섬을 보란 듯이 국제적인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놓고 맨몸으로 홀연히 제주에 정착하더니 탐나라공화국을 개국해서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렇다고 백성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실제 거주 백성들은 자칭, 왕을 포함하여 열 명 남짓하다. 대신 다른 나라(?)의 백성들이 날마다 북적인다. 그곳에는 우리 가족의 특별한 공간도 마련되었다. 입구의 연못 이름이 병은지다. 딸이 은지고 아들이 병은이다. 자주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제주에 가면 만날 때마다 바쁜 시간을 무한정 잘라서 밥도 같이 먹고 수다를 떨면서 나랑 동행해준다. 갈 때마다 늘 새롭게 변신하더니 최근에는 하늘과 땅, 오늘과 영원을 비추는 하늘등대, 메타버스와 현실을 잇는 ‘나만의 빛’ 오프라인 천당 프론티어 버전으로 하늘나라에 내 집 짓기 분양을 했다.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그러고는 헌 냄비를 가져오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모시고 오거나,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은 무조건 무료입장이란다. 또 어떤 황당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올지…. 그곳은 날마다 상상이 판치는 세상이다.
이미 은퇴해서 쉬어야 할 나이에 그는 억척스럽게 땀 흘려 일군 탐나라공화국 한편에 엉뚱하게도 자신의 유언을 담은 비석을 미리 세워 놓았다. 미련과 집착이 줄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졌단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온 세상에 열심히 자랑하고 싶은 이유들이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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