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10개 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였다. 중기단체들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초청해 ‘중소기업 노동현안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위해 중기부 장관이 나서 달라는 하소연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현재 50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27일이 되면 5인 이상, 49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건설 현장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현장에만 적용되던 것이 모든 공사 현장으로 확대된다. 산업재해보상 승인 통계를 기준으로 5∼49인 사업장은 전체의 42.5%를 차지하며, 이 규모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43.3%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 사업장 중에서는 50.5%가 5∼49인 규모 사업장이다.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산업계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대부분 중소기업의 경우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8월 말 발표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0%가 중대재해법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확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답변은 85.9%에 달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중기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인력과 자본금이 적은 중소기업은 중대재해법 대응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대표이사 등 경영자를 처벌한다고 중대재해는 감소하지 않고, 자동차 사고처럼 사고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중기단체들은 법 시행 유예기간이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도 최근 “중대재해법의 사망 사고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모호한 규정에 따른 현장 혼선과 과도한 처벌만 현실화하고 있다”며 “소규모 기업은 여전히 법 이행 준비가 미흡한 상황인데,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연장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연장 기간까지 명시해 촉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은 다른 법과의 정합성(整合性)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경총 주최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보면 20인 미만 기업에는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대부분이 해당하지 않는다”며 “안전 규정에 대한 전반적 검토 이후 중대재해법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비 1억 원 미만 건설 현장은 재해예방 지도 대상에도 들지 않는다.
이영 장관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 필요성에 공감한다. 모호한 규정 개선 없이는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법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겠다”며 부처 협의와 국회 요청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는 중기부 장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기간 연장은 물론 중대재해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약 4개월 뒤면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