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가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망신을 당했다. 남자배구에 이어 여자배구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메달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 8강 E조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2-25, 21-25, 16-25)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여자배구 대표팀은 남은 북한과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 여자배구는 5위로 마친 2006 도하대회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아시안게임 ‘노메달’에 그쳤다. 1962 자카르타대회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모를 당한 남자배구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배구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한국배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나라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감을 다시 쌓아 올릴 기회로 평가됐다.
하지만 기대는 첫 경기부터 처참하게 무너졌다. 비주류 팀들에 연달아 발목을 잡히며 메달 도전이 무산됐다. 남자배구는 인도, 파키스탄에 패한 끝에 아시안게임이 개막도 하기 전에 메달 경쟁에서 탈락해 결국 7위로 마쳤다. 여자배구 역시 베트남에 패하고 네팔에 고전하는 등 기대 이하의 경기력에 그쳤다. 반등은 끝내 없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V리그 코트에 서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의 경기력이라고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남녀 배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부진을 지켜본 한 배구인은 "이번 참사는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물론 높은 연봉을 받고도 책임감 있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의 문제도 크지만 협회와 연맹, 구단 등 우리나라 배구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도 있다. 오랜 시간 곪았던 문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한배구협회는 최근 여자배구에 비해 국제무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남자배구에 소홀했다. 상대적으로 팬 관심이 컸던 여자배구 역시 세사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부진한 성적에 그쳐도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아시아 쿼터 도입 등 국내 선수의 경쟁력 확인 및 향상을 위한 제도 도입 및 개선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V리그 남녀부 14개 구단도 국내 선수에게 과도하게 높은 연봉을 주며 결과적으로 우물 안 개구리를 키우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런 탓에 배구협회가 아시안게임 종료 후 꺼낼 한국 배구 부흥 계획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과거만큼의 기량을 내지 못하는 남자배구는 물론 여자배구도 최근 김연경(흥국생명)의 대표팀 은퇴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남녀 대표팀 모두 경쟁력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가 절실하다. 배구연맹과 구단 역시 한국 배구의 반등을 위한 적극적인 동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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