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나섰다. 누적 부채가 20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을 더는 연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동철 신임 사장은 4일 “발전 원가는 대폭 올랐는데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누적 적자가 47조 원이 넘는다”며 킬로와트시(kWh)당 25.9원 인상을 호소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kW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올 1∼2분기 인상분은 21.1원에 그쳤다. 한전은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기준 연내 미인상분이라도 올려달라는 호소다.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행 요금으로는 한전의 재무사정이 악화하고, 회사채 등 차입도 곧 한계를 맞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야당 정치인 출신의 첫 한전 사장이다.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 인근의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태어나 그곳을 지역구로 해서 국회의원 4선을 했을 정도다. 그는 본사 사장실에 ‘워룸’팻말을 달고 숙식을 하는 등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추석 연휴도 반납했다. 그런 행동만으로 한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전기요금 인상 고통을 짊어져야 할 국민에게 나름의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물론 정부의 고심도 이해한다. 전기를 많이 쓰는 겨울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전기료를 대폭 올리면 ‘난방비 폭탄’ 소리가 쏟아질 게 뻔하다. 더구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5개월 만의 최고치다. 한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8000원 가량 오른다. 기업 경쟁력에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이 공감할 만한 획기적 자구책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앞서 한전은 25조7000억 원의 자구책을 내놨지만 이행률이 36.5%(올 8월)에 그친다. 한전공대 폐교는 물론 자회사 매각 등도 필요하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을 진솔하게 알리고 전력 과소비 축소를 호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전기료 인상을 피하며 책임을 전가해 재앙을 키우는 것은 에너지 정책을 파탄낼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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